초록의 시간 784 나리나리 나리꽃
소녀의 마음
나리나리 개나리가 아니라
나리나리 나리꽃입니다
덩굴장미 붉은 꽃송이들이
바삭바삭 말라 떨어진 자리에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노랑 나리꽃들이
뒤이어 피어납니다
키 크고 늘씬한
율리안나 친구님 닮은
노랑노랑 나리꽃이 예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소녀의 마음이 되어 서성입니다
어릴 적 나리꽃은
화사한 주홍빛에 점점이
까만 주근깨 박힌
호랑나리꽃이 대부분이었어요
검붉은 꽃술을 따서 손톱 위에 뭉개면
고운 꽃물이 들어 신기하고 재미났어요
봉숭아꽃물은 번거로우나
나리꽃물은 간단해서
어릴 적에 재미 삼아
손톱에 문질렀던 것 같아요
그러다 그만 옷에도 묻고
손끝과 손등에도 묻고
콧잔등에도 묻어서
대략 난감~
이제는 봉숭아꽃물 번거롭고
나리꽃물은 다만 추억일 뿐인데
봉숭아꽃이 피는 대로 따 모아서
만나는 날 고운 꽃물을 찧어 오겠다는
친구님이 생각납니다
나리꽃을 보며 봉숭아꽃물까지
추억 여행 한 바퀴 휘돌고
그러다 율리안나 친구님의
서랍 속 엄마 생각에 머물러
애틋하고 애잔합니다
율리안나 친구님은~
아이들에게 용돈을 받을 때마다
내 엄마에게 못 드렸던 용돈 생각하며
엄마랑 나눠 쓰자고 말하며 넣어두는
엄마 대신 엄마의 파우치에
용돈이 나날이 늘어나서 살아생전
우리 엄마 뚱뚱배처럼 쑥 나왔어요...
엄마 보고 싶다...
이럴 때 나리꽃 친구님의
그리움을 어루만져줄 엄마손이 필요하죠
울 엄마 손은 약손
엄마 파우치는 뚱뚱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