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785 그리운 것들 중에는
엄마표 반찬도 있어요
아따 이놈아
너는 어찌 목구멍에
그리도 식구가 많으냐~
갑자기 뭔 소리? 소리 맞습니다
판소리 흥부가의 한 소절이니까요
판소리는 잘 모르지만
흥부놀부 이야기를 떠올리면
아마도 가난한 흥부네 식구가
주렁주렁 많은 걸
타박하는 소리 같아요
흥부도 아닌데
목구멍에 식구가 많아진 듯
와글와글 낯선 목소리에
삑사리도 나며 목이 아파서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다행히 따끔 주사는 없고
약 처방만 받았습니다
약 처방전을 받아 들며
주사 안 맞아 다행이다~
속으로 찡긋 웃는 순간
주사보다 훨씬 따끔하게 아픈
주의사항이 따라옵니다
약 드시는 동안
커피는 안 드시는 게 좋아요~
오 마이 갓~
1일 1 커피의 즐거움이
한순간 뭉개지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따끔 주사를 맞는 게 나을 뻔
사흘 치 약을 먹는 동안
커피의 즐거움이 -3이라니
난감하네~
이를 어쩔~ 해 봐야
뭘 어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더운 여름 목감기 덕분에
사흘 커피의 즐거움을 반납하고는
약 먹고 누워 푹 쉬기로 하는데
친구님들의 수다방에서는
먹는 얘기가 한창입니다
그중에서도
조용한 부지런쟁이
숙희 친구님의 반찬이
정갈하게 맛나 보입니다
게다가 딸내미가 놓고 갔다는
꽃사진은 더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사랑 듬뿍 엄마표 반찬에
감성 가득 딸내미의 꽃선물이라니
다정다감한 모녀의 모습이 그려져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샘나게 부럽습니다
내 손은 게으른 꽝손이라
엄마표 반찬은 셀프 포기
울 엄마손은 반찬 만드는 법을
이미 잊으셨으니 울 엄마표 반찬도
어쩔 수 없이 기대를 접습니다
맛난 반찬은 기대할 수 없으나
꽃을 보면 좋아하실 엄마는 계시니
참 다행이다 생각하며
어제오늘 이틀 내리 죽을 먹었으니
내일은 컵라면이라도 먹자고
주섬주섬 미리 챙겨둡니다
내일 먹을 걸 미리 생각하는 것도
행복이라면 행복이니까요
자주 먹지 않는 컵라면이라
사둔 지 한참 된 것 같아서
소비기한이 언제까지인지
요리조리 찾아보는데
하필 컵라면 밑면에 적혀 있어요
날짜를 보느라 평소에 잘 보지 않던
컵라면 용기의 밑면을 보게 되었는데
소비기한 아래 적힌 문구가
뜻밖의 선물이 되어
나를 위로합니다
어릴 적 소풍날 보물 찾기에서
우연히 찾은 보물쪽지처럼
나를 설레게 한 문구는
바로 이거였어요
넌 지금도 빛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