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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n 23. 2024

초록의 시간 785 그리운 것들 중에는

엄마표 반찬도 있어요

아따 이놈아

너는 어찌 목구멍

그리도 식구가 많으냐~

갑자기 뭔 소리? 소리 맞습니다 

판소리 흥부가의 한 소절이니까요


판소리는 잘 모르지만

흥부놀부 이야기를 떠올리면

아마도 가난한 흥부네 식구가

주렁주렁 많은 걸

타박하는 소리 같아요


흥부도 아닌데
목구멍에 식구가 많아진 듯

와글와글 낯선 목소리에

삑사리도 나며 목이 아파서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다행히 따끔 주사는 없고

약 처방만 받았습니다


처방전을 받아 들며

주사 안 맞아 다행이다~

속으로 긋 웃는 순간

주사보다 훨씬 따끔하게 아픈

주의사항이 따라옵니다

약 드시는 동안

커피는 안 드시는 게 좋아요~


오 마이 갓~

1일 1 커피의 즐거움이

한순간 뭉개지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따끔 주사를 맞는 게 나을 뻔

사흘 치 약을 먹는 동안

커피의 즐거움이 -3이라니

난감하네~


이를 어쩔~ 해 봐야

뭘 어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더운 여름 목감기 덕분에

사흘 커피의 즐거움을 반납하고는

약 먹고 누워 푹 쉬기로 하는데

친구님들의 수다방에서는

먹는 얘기가 한창입니다


그중에서도

조용한 부지런쟁이

숙희 친구님의 반찬이

정갈하게 맛나 보입니다

게다가 딸내미가 놓고 갔다는

꽃사진은 더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사랑 듬뿍 엄마표 반찬에

감성 가득 딸내미의 꽃선물이라니

다정다감한 모녀의 모습이 그려져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샘나게 부럽습니다


내 손은 게으른 꽝손이라

엄마표 반찬은 셀프 포기

울 엄마손은 반찬 만드는 법을

이미 잊으셨으니 울 엄마표 반찬도

어쩔 수 없이 기대를 접습니다


맛난 반찬은 기대할 수 없으나

꽃을 보면 좋아하실 엄마는 계시니

참 다행이다 생각하며

어제오늘 이틀 내리 죽을 먹었으니

내일은 컵라면이라도 먹자고

주섬주섬 미리 챙겨둡니다

내일 먹을 걸 미리 생각하는 것도

행복이라면 행복이니까요


자주 먹지 않는 컵라면이라

사둔 지 한참 된 것 같아서

소비기한이 언제까지인지

요리조리 찾아보는데

하필 컵라면 밑면에 적혀 있어요


날짜를 보느라 평소에 잘 보지 않던

컵라면 용기의 밑면을 보게 되었는데

소비기한 아래 적힌 문구가

뜻밖의 선물이 되어

를 위로합니다


어릴 적 소풍날 보물 찾기에서

우연히 찾은 보물쪽지처럼

나를 설레게 한 문구는

바로 이거였어요


넌 지금도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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