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반달은 하늘에서
두둥실 웃고 있는데
조그만 화분을 든 소년은
수줍은 행복 미소 입가에
뽀그르르 매달고 있습니다
볼 빨간 소녀가 아닌
볼 발그레 소년이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모아든 작은 화분에서는
붉은 꽃송이들이 수줍게 웃고 있어요
화분 아닌 커피 한 잔을
손난로인 듯 손에 들고
소년의 곁을 지나치며
혼자 상상을 해 봅니다
내 곁을 방금 스쳐 지나간
그 소년은 오늘
혼자 몰래 좋아하던
소녀의 고백을 받았을지도 몰라
아니야 남몰래 혼자 좋아하던
소녀에게 고백을 하려고
화분 하나 손에 모아 들고
총총걸음으로 걷는 거야
아니지 오늘은
소년의 엄마 생일이야
그래서 엄마의 사랑에
감사하는 기특한 마음을 담아
꼬깃꼬깃 모은 용돈으로
화분을 하나 산 거지
엄마들은 대부분 꽃을 좋아하니까
그런데 이쯤에서
하나 더 상상해도
괜찮을 듯합니다
오늘 소년은
혼자 몰래 좋아하던 소녀에게서
작은 화분 선물에 살포시 얹은
수줍은 고백을 받았어
그런데 오늘이 바로
사랑하는 엄마의 생일이야
엄마의 생일 선물로
소녀가 건넨 화분을 드릴 생각으로
얼굴은 발그레 마음은 흐뭇
발걸음은 종종종~
그 무엇이든
즐겁고 유쾌하고
기분 좋은 상상이어서
또 혼자 실없이 웃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