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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2(리터치 예정일: 2030. 6.19.)

by 복습자

1. 회사원: 산사는 평화로운가? / 난 천근만근 몸을 질질 끌고 / 가기 싫은 회사로 간다...

스님: 니 몸은 기껏해야 백이십 근 / 천근만근인 것은 네 마음.

- 드라마 <나의 아저씨> 중 회사원과 스님이 된 고향 친구의 문자 대화 -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이 상담해 준 내용 중에 "자꾸 도와달라는 형제(8분 16초 소요)"를 들어 보셔.


질문자: 여러 번 돈을 빌려드린 친척이 또 돈 요구를 하는데 빌려줘야 할까요? 스님의 답변은 이런 식이야.


돈을 빌려주기 싫은 마음과 이랬을 경우 비난을 받는 게 싫은 마음이 충돌하고 있는데,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서 비난도 안 받을 수 있는 선택지가 있냐고 묻는 격이다.


돈을 빌려주면 비난을 피하고 인정을 얻는 +가 있지만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 -가 있다.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스스로에게는 +기운을 얻지만 옆에서 들리는 인정머리 없다 평판에 -기운이 얹힌다.


눈앞에 뜨거운 물에 손을 넣을까 말까 고민을 하는데, 넣으면 뜨겁다는 "과보"를 받게 된다. 두 가지 선택 모두에는 각각 이런 과보가 따른다.


(상대가 대기업을 다니다 보니 관계의 틀어짐과 경제적 다운그레이드 사이를 같은 무게로 여기는) 네 마음이 덜 무거워지는 쪽을 생각해 봐. 명문장이 많이 나오는 - 봄에 내가 선물한 - <모순>도 읽어 보시고 독서를 꾸준히 하시는 너희 아버지께도 권해보셔. 아마 이 책을 매개로 조언을 주실 거야.


2. 경제나 부모님을 생각하는 너의 생각이 어떤 건지 알겠어. 김환타 <유부녀의 탄생> 한 에피소드(딸이 하나라 이 딸은 부모님이 본인 결혼에 8만큼 도와줄 거라 생각했지만 부모님은 노후대비를 위해 5만큼만 도와줬다는)와 내 동료 M이 재산공개 제도로 아버지가 언니에게 금전적 도움을 준 걸 알게 되었고, 이를 빌미로 아버지 돈으로 차를 모닝에서 K7로 바꾼 것과 같은 - 너는 장녀고 여동생과 남동생이 한 명씩 있으니 - 걱정을 하는 거겠지. 여기에 부모님 평판까지. <모순>에서 안진진 엄마가 사는 복작복작한 모습을 떠올려보자. 따듯하신 너희 아버지라면 너의 결정을 지지해 주실 거야!


3. 내 반응이 과한 것일지 모르지만 상대가 10살 딸을 엎드려뻗쳐 시켰단 거랑 너에게 애기 구구단은 안 가르치고 뭐 했냐는 말을 했단 이야기는 충격이었어. 앞의 이야기는 요즘 같은 시절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고, 뒤에 이야기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본 한 사건이 생각났어.


4. 네가 걱정하는 상대의 집요함 - 소송으로 가서 부부의 재산형성 기여도를 따질 것이라는 - 은 결국 "과보"고 <모순> 속에서 안진진의 엄마가 아들이라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잖아.


단, 그런 쪽의 귀책사유로까지 가는 건 아니면 좋겠어. 은연중 네가 재혼이란 단어를 꺼낸 거랑 애기랑 어른스러운 대화도 나눌 수 있다고 말한 게 조금 걸려. 아무리 본인은 이성을 친구로 만난 거라 떳떳하다 해도 이게 사실로 알려지는 건 마이너스잖아. 처음 그런 상황 이후에도 이런 게 있어오는 중이면 이래저래 빠른 결정 필요해.


5. 박연준 시인이 말하길 "행복은 소풍 나가서 풍경을 구경하며 반쯤 졸다가, 나를 잊어버리는 상태예요."


책은 감정을 다스리기 좋아. 책을 소비하는 쪽으로 시야를 돌려보면 어떨까. 네가 염려하는 경제 관련 책도 많. 아이에게 보일 좋은 모습으로 책을 읽는 엄마. 좋잖아? 더불어 경제신문도 보면 좋고. 난 일주일치를 주말에 몰아서 보거든. 힘들게 애 키우면서 공시에 합격한 너라면 이 정도는 할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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