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연인이란 인간관계가 어찌 저럴 수 있느냐는 의견과 반대 의견. 에쿠니 가오리의 <빨간 장화>에서 운동을 두고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운동을 질색하는 것 이상으로 운동 주변의 공기가 싫었다. 의욕이니 노력이니 인내니 분한 심정 따위를 강요받는 듯한 분위기도 그렇고, 좋든 나쁘든 독특한 유대가 있어 보이는 인간관계 따위가.
저 문장을 읽기 훨씬 전인 중학교 1학년 1학기 초 점심시간에 축구를 했다. 편을 나누어 위쪽과 아래쪽 골대로 중1 남자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니길 반복하는. 어느 순간 우리 진영에서 나한테 공이 왔는데 난 우리 골대로 공을 찼다. 자책 골이었다. 순수한 시절이라 친구들은 웃어넘겼다. 핑계를 대자면 나에게 공이 온 그림이 걷어 내기보다는 골대로 차는 게 더 보기 좋은 그림이었다.
우리나라의 축구 경기나 우리나라 선수가 뛰는 축구 클럽의 경기를 여럿이 볼 때도 비슷하다. 물론 나도 응원하는 팀이 골을 넣으면 크게 환호성을 지른다. 그런데 난 상대 팀이 환상적으로 우리 팀 골망을 흔들 때도 앞에 만큼이나 내심은 들썩 거리는 데 참는다.
<빨간 장화> 속 주인공은 딱 운동까지만 저렇게 여기는 반면, <봉별기> 속 주인공은 둘만의 공기만으로 충분하다 여긴다.
후자와 같은 맥락에서 종종 드라마에서 "계약연애" 소재가 등장하여 <봉별기>의 마지막 장처럼 흘러간다.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정에 불 질러 버려라 운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