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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루츠캔디 Jul 06. 2024

얼음, 땡!

고착된 생존전략, 땅을 치고 후회해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데

나는 나의 문제 (가정환경, 그에 대한 관계 패턴 등) 를 인식하기 전까지 아무 문제 없는 환경에서 무탈하게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았던 사람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능력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애초에 내 능력에 비해 도전적인 일은 시도하지 않아서, 나는 남에게 해를 끼칠 주제가 못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제 상황 속 에서 상대가 무례한 것이 맞았고, 그도 아니라면 상황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다만, 그것에 대응하는 나의 비슷한 패턴에 대해 의문을 가졌을 뿐이다. 일로 만나는 사람들은 촉이 발달한 민감한 몇몇은 나를 간혹 답답해 하기도 했고, 재미없어했지만,  곧장  남모를 사정이 있을것이라며 본성은 착하지라 이해해주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 것들도 잠시, 그 삶의 문제... 라는것이 내 삶의 고작 '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러던지 말던지 끊을 수 있는 관계라면 끊고, 문제라는 것이 흩어지는 시간이 지나면되는 것이므로 그냥 그렇게 살았었다.


이성관계에 있어서는, 아무리 흔들어도 반응하지 않는 바위같았고, 나의 남편은 얼어지낸 내 모습을 순수하고 세상 때묻지 않은 측면의 것으로 보아 속세에 찌든 본인 엄마에게서 받은 상처를 마무하는데 안성맞춤인 관점에서 나를 좋아했다.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무심한 듯 한 나에게 더욱 안달나했다.


Frozen. 얼어서 살았던거다-

어렸을때 얼었던 생존 방식 그대로, 문제 상황마다 관계마다 얼었었고, 멍했으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남대 남일때에는 아무 문제 없지만, 가까워 질라 치면, 의미있는 관계가 될라 치면, 나는 상대를 피했고 거부했다.


나는 나의 생각과 느낌, 정서를 포기한 채로 얼어버린 상태였 기때문에, 파열음이 날 수 있는 어떠한 종류의 자극도 거부했던 것 같다.


https://youtu.be/PyfoW3lrDSc?si=jKOIuUTeswiyQPQJ



사람은 모두 어린시절에 저마다의 생존전략을 익힌다. 생존전략 자체는 문제가 없다. 처해진 상황 속 내 현실적 상황상 최선의 선택을 택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성인이 되면 어릴때의 생존전략을 너무, 너무나 자동으로 발동시킨다면 그것이 인생의 고질적인 문제가 된다.





변화는 항상 옳아, 다만 무지하게 귀찮을 뿐이지


카운셀링을 통해 '내가 얼어있었다, 겨울숭어처럼 얼어있는것이 내가 문제많은 어린시절을 생존해야했던 방식이다'는 기정 사실을 발견했다.


인생 대전환의 순간이었다.


나는 왜 이제야 나의 생존방식을 깨달았지?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라 생각해야하는거지?


남의 눈엔 그렇게 쉽게 보였을텐데, 나는 왜 내 눈으로 볼 수 없었지?


누구도 지켜주는 사람이 없고 , 안전하지 않은 환경안에서, 10대 초반 아이였던 내가 나 자신의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위협상태를 깨닫는 것, 현실 그대로를 인식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었다. 인정한다. 어는(frozen)것이 정상이었고, 늘 무감각인채로 무표정인채로 무취향인체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텼던거다.



나 자신은 얼어있되, 구래도 뭔가는 해야겠으니 사회적 취향에 나를 맞춰가며, 공뷰도 열심히 했고, 몸도 가꾸었고 , 그러는동안 내 자신은 철저히 포기되어야만 했고..얼어있던 것도 인식하지 못한채로 20대를 보냈고, 30대를 보냈다.


딱 10년전에 이를  깨달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딱 15년전에 이를 깨달았었엇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늘 4차원같았던 나, 혹시 주의력결핍 증세는 아닐까 혹시 에너레벨이 너무 낮은 것은 아닐까, 우울증이 아닐까 생각하며 살았던 내가 사실은 삶의 충격과 그에 따른 방어전략으로서 겨울숭어처럼 얼어 살았던 것 뿐이다.



얼어있던 채로 보낸 지난 20년가까이의 성인으로서의 시간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아깝다.


10대후반 20대초반에도 세상 제일 팔팔할때 나는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었고, 그저 작은 먹이와 잘 곳으로만 충분했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려 노력하며 그렇게 삶을 연명해야만 했던 ㅠㅠ 시간들이 너무 아쉽다. 결혼이 빨랐던 것도 그 중 일환이었겠지, 아이들의 끊임없는 호기심이 버거웠던 것도, 좋아하는 음식도 취미도 없던 것도





내 자신에게 화가 난다. 불쌍하기도하다.

구해야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사실... 일단은 시간에 화가 난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멋진 왕자의 키스 한방대신 현실의 나는 과거와 현재를 인정하는 쓰디는 자아인식의 터널을 지났다.


얼어있는 사람으로서의 장점은 없었을까?

꼭 손해만 본 것 같진 않다 말이지..


그걸 탐구해보는 에세이를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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