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운반하는 가장 빠른 컨베이어 밸트-아마존센터

Amazon FulfilIment Center

by 후루츠캔디

이 곳은 거대한 물류의 제국이었다. 우리가 휴대폰 버튼 하나를 누르면 다음날 도착하는 그 택배가 실제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움직이는지 처음으로 눈앞에서 보게 되었다.

캐나다와 미국의 대도시에는 Amazon Fulfillment Center가 있다. 이 곳에서는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온라인 배송서비스의 단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고객에게 물류 주문이 들어오면 어떤 절차를 거쳐 물품들이 확인되고, 진열되며, 분류되고, 고객에게까지 배송되는지를 한 눈에 보여줘, 앞으로 로봇화시대에 발맞춰 어떻게 기업들이 자신의 사업구조를 짜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관람예약을 하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인원 수 제한하에 입장가능여부가 확인되니, 사전 예약은 필수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한 우리는, 입장 시간까지 입구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라 차 속에 들어가 주변 드라이브나 하기로 했다. 주변에는 마을도 있고, 공원도 있고 그리고 카지노도 있었다.

입장 시간 2분 전, 신분증을 확인하고, 간단한 안전 요건 설명을 들은 후, 아마존 측에서 제공되는 헤드폰을 낀 채, 우리의 아마존 센터 관람이 시작되었다.

전형적인 감각형 성향의 가이드는 마치 아이들을 인솔하는 킨더가든 선생님처럼 전체 프로세스를 꼼꼼히 세부적으로 설명해주며 센터 전반을 함께 돌아주었다. 코호트 중 누구도 본인이 궁금한 것을 그 때 그때 우리 모두가 착용하고 있는 마이크를 통해 질문하면, 그와 연결된 헤드폰으로 답변을 들을 수 있도록 실시간 서비스가 제공된다. 물론, 전체적 시각을 제공해주지는 않으니, 관람자의 인사이트가 필요한 건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이다. 사진 그리고 관련 정보 발설이 금지 되어있는 관람규정상 핵심만 간단히 말하자면, '사람은 거들 뿐, 일은 로봇에게 맡기면 된다' 는 것이 핵심이다. 자본가의 철저한 분업철학의 끝판왕을 보고 왔다.

가장 윗층에서부터 물건들은 로봇의 손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층을 따라 아래로 내려오면서 상품의 상태가 확인되고, 배송지 별로 분류되고, 마지막에는 포장되어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떠난다. 사람들은 그 사이사이에 서 있다. 일을 하는 존재인 동시에, 로봇이 하는 일을 확인하고 책임지는 관리자로서 인식되었다.

같은 작업을 반복하며 시급은 미국달러 기준으로 초봉기준 시간당 22불에 첫날부터 의료복지혜택이 주어지며, 집과 회사 사이에 셔틀버스가 있고,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이 있고, 안전과 보안설계를 고려할 뿐, 복장규정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니, 미국 뿐만 아니라 현 지구촌 최대 물류배송 시스템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구직 혹은 견학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인간이 물건을 옮기던 시대에서, 이제는 인간이 로봇을 관리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매일 아무 생각없이 받는 작은 택배 상자 하나가, 사실은 이런 거대한 물류 시스템 위에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이 곳에서 처음 실감했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인간 개개인의 유능함이라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개인이 맡은 바 일을 철저히 해 내는 것이라 생각했던 나이다. 더 열심히 할 수 없을 만큼 최선을 다한 후에도, 내 기량이 과연 충분했는지 심지어 자책하고 아파하기도 하며, 나 자신을 더 컨트롤 하려 애쓸 수는 없었는지, 후회없는 삶을 살고자 최선을 다했다 확신하던 나였다. 항상 '어떻게'보다는 '무얼'해야하는지 결정하는 것이 내 인생판도를 좌우한다 생각하고 한 번의 선택도 결정도 실수하지 않으려 또 그 선택안에서 미끄러지지않으려 했다.


그러다가 내 능력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기대고 살았던 것의 정체가 사실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가장 순진한 '강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음이 내 자신에게 들키고 난 후, 내 삶을 인정하니, 그 때부터 나를 둘러싼 시스템이 보였고, 그 안에서 몸과 마음의 안전이 헤쳐질 정도로 성실하게, 불평없이 꾸준히 달리던 예전의 내가 보였던 그 때...


과거의 나의 그것은 사실, 조물주 혹은 시스템의 입장에서 부품에 불과한 사고방식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꼭 필요하나, 나의 영혼이나 존엄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mundane.


과거의 나를 자책할 마음은 없다. 그렇게 했기에 얻는 것이 분명 있었으며, 왜곡이 끼어 있을지언정 나 자신을 지키려던 노력과 의도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없다.그 땐 구리게도 그게 필요했다.


그 후, 진정한 개인의 능력이란 시스템을 읽고, 설계하며,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이며, 위임력이라는 생각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Amazon Fulfillment Center'라는 실물 프레임은 최근에 바뀐 나의 사고방식에 확신을 주었다.

열심히, 성실히 라는 인생의 함정에 빠질 때에는 늘, 지금 이 순간, 아마존 빌딩 3층에서 관람한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 안 전경을 떠올리리라 다짐한다. 자신의 놓여진 자리에서 옆과 앞을 전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하나라도 놓칠 새라 업무에 열중하던 그 바쁜 눈빛을 기억하고 말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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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만나는 통찰의 확신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