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욕망을 설계하는 공간 - 트조,샘스,타겟

Exploring American grocery stores

by 후루츠캔디
트조?



모두들 트조트조하던 그 트조에 내 두 발이 도착했다. 아마 의도적으로 Trader Joe's 옆 호텔을 잡은 것이 맞을 거다. 얼마전부터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나 SNS를 통해 유행하던 그 미국 마트. 단 몇 불짜리 에코백이 온라인을 통해 미국 외의 사람들에게 몇십 몇백불에 재거래된다는 그 곳을, 숙소 도착 첫날, 가족이 여행 중간중간에 먹을 간식과 여분의 생수등을 살 핑계로 관심없는 척, 한번 곁눈질해보기로 했다.


따뜻한 분위기가 감도는 매장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아름다운 꽃향기가 내 코를 사정없이 찔렀다. 벌써 봄이 온 걸까? 내 안의 도파민이 자극된다. 매장은 크지 않았다. 창고처럼 높지도, 백화점처럼 반짝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묘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공간이었다.


캐나다의 Sobey's와 같은 포지셔닝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트죠는 작은 매장규모를 갖고 있고, PB의 비중이 높으며(80%), 홀푸즈와 독일의 저가 수퍼마켓 Aldi를 비교군으로 두고 있으며, 독특함과 가성비를 핵심가치로 갖고 있었다. 자체 브랜드 판매률 80%는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다른 경쟁업체에서 구매할 수 없는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뜻이며, 가격과 유통 통제력을 이 기업이 독점적으로, 협상이 필요없이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격적 광고 마케팅을 피하는 트레이드 조 상품들에게 고객의 경험이 곧 홍보가 되기에 고객의 구매율을 높힌다. 마치, 세포라에 온 것 같은 개성이 직원들에게 느껴짐과 동시에 한국식 정감과 훈훈한 서비스도 경험할 수 있었다.

대기업이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각 업계에서 쏟아지는 볼멘 소리들도 일리가 있지만, 대기업이라서 하지 못하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잘 해 낸다면, 충분히 고객들의 사랑과 충성심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준 트레이드 조 였다.


천연의 허브 향기가 나는 화장품, 기초 스킨케어제품, 현지에서 쉽게 찾기 힘든 동양식 식재료 그리고 품질 좋은 야채와 꽃이 가득한 그 곳의 카트에 간단히 집에서 해 먹을, 제과믹스와 녹차파우더, 후리카케, 그리고 레몬커트를 구입했다. 언제나 분위기를 타는 작은아이는 덩달아 신이 나, 매장내에서 카트를 끌고 내 뒤를 부지런히 쫓아왔다. 후리카케를 집어드는 순간 잠깐 웃음이 났다. 미국 마트에서 일본 밥도둑을 사는 한국-캐나다인, 그게 또 Trader Joe's다.


Trader Joe's는 북미의 평범한 대형마트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대량 판매를 목표로 하는 곳이라기보다, 마치 작은 식료품 편집샵 같은 느낌이다. 매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천연 재료를 강조한 간식과 소스, 냉동 식품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냉동식품이나 Ready to Eat 제품도 많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세련된 디자인의 포장과 과하지 않은 가격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미국 중산층 혹은 나잇대에 관계없이 소인가구가 선호하는 식탁의 취향이 이곳에 모여있는 듯 하다.


남편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트레이더 조 식 한국 김밥을 냉동식품 코너에서 아무리 찾아도 찾아도 없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다음날 재고가 들어온다며 아무렇지 않게 응답한다. 코스코식 대량 스탁에 익숙한 캐나다에 사는 우리는 그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 실망감은 곧바로 에너지가 되어, 목표 지향적인 자가 다음날 재방문의 의지를 불타게 한다. '


내 기필코 너희의 잘난 김밥을 쟁취하리라...


하는 남편의 강렬한 눈빛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트레이더 조만의 소량 제품판매원칙은 구매 희망자를 안달나게 한다. 어느 식품점에서도 볼수 없는 제품의 희소성과 소량 주문 판매 방식, 그리고 자주 리뉴얼되는 품목들과 새 제품들의 예쁘고 독특한 패키지 디자인이 사람들을 트조로 불러 모으는 경향이 있구나 생각했다. 단 몇 불짜리 에코백이 순식간에 몇 십, 몇 백불로 재판매되게 되는 이유가 이 소량판매에 있었다.


여행 중에 Sam's Club 이라는 대형마트에도 들렸다. 이 곳도 코스코와 마찬가지로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구색이 코스코물건과 겹치지 않는것이 운영전략으로 보여졌다. 가격과 품질(제품 포장)이 코스코 제품들보다 한 단계 낮아보이는 것이, 코스코가 존재하지 않으며 세대당 총수입이 다소 낮은 소도시등에 존재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있는 매장 포지셔닝으로 보여졌다.


매장의 분위기 역시 코스코와 미묘하게 달랐다. 코스코가 비교적 정돈된 창고형 매장이라면, Sam's Club은 조금 더 대량판매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제품의 포장이나 구성도 코스코보다 한 단계 대중적인 방향으로 맞춰져 있는 듯 했다. 미국의 넓은 중소도시를 기반으로 성장한 유통기업 월마트의 색깔이 그대로 느껴졌다.


코스코보다 약간 낮은 연간회원료와 포인트적용방식이, 기저귀 등 대량의 공산품을 소비하는 가정 혹은 소규모 자영업자가 등록한다면 소비지출에 상당히 유리할 것으로 보여졌다.


회원카드를 내야 이용가능한 샘플머신도 눈에 들어왔다. 시식코너도 있었는데 왜 그냥 지나가냐는 남편의 핀잔을 들으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들의 장난감 천국 Target도 들렸다. 얼마전까지 캐나다에도 존재했다가 모두 철수하고 캐나다에서 나간 종합마트 타겟. 이 타겟 매장을 비롯한 미국의 거의 모든 상설매장들이 올해 5-6월에 리스 갱신기간이 몰려있는데, 재계약여부에 대해 각 본사와 지점마다 말이 많은 요즘이다. 그래서 내가 방문한 3월말- 4월 초, 재고정리의 목적으로 할인품목의 종류와 폭이 평소보다 상당했다. 의류 디자인과 종류도 캐나다의 Superstore보다 훨씬 다양하고 저렴해서, 흡사 백화점과 월마트의 중간정도 되는 포지셔닝이었다.


Target은 마치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중간지점 같은 공간이라고 보여진다. 식료품부터 의류, 장난감, 생활용품까지한 공간에 모여 있지만 매장의 디자인과 조명은 일반 할인마트보다 훨씬 더 밝고 정돈되어져있다. 미국 중산층-서민층 가족들이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불황에는 1등만 살아남는다는 원칙이 있다. 불황에 남들은 모두 힘들지만, 1등은 오히려 유리하다. 방향으로 공통의 것을 추구할 때 통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독특한 경영방식의 트레이드 조를 보며 한다. 모두가 매장의 존속여부를 고민하는 반면, 월마트와 코스코가 절대 부동의 자리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캐나다와 미국을 보며, 10년 후 우리주변의 소도매업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런지, 생각해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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