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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두 Oct 06. 2024

이럴 거면 여행이나 가자 5

[Episode 3] 발표회 - 형일 2

 태영은 유튜버가 될 생각에 신나버린 형일과 준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봐봐 이게 영상 한두 개 이렇게 있는 채널은 뜨기 어렵다니까. 좀 많아야 해 영상이.”

“그렇긴 해. 근데 우리 열흘을 가는데, 하루에 한 편만 찍어도 열 편이잖아? 오전 오후로 하나씩 하면 더 많겠다.”

“그 안에 콘텐츠가 많아야지! 막 비싸고 고급스러운 그런데도 가고! 고생도 막 해보고! 사고도 치고!”

“그래그래. 그럼 하루 종일 찍어야겠다. 고프로 두 개로 충분해? 하나 더 살까?”


 점점 과열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두서없이 산으로 가고 있었다. 보다 못한 태영은 말없이 앉아 혼자 여행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을 정리한 태영은 형일과 준호를 막아서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둘 다 조용히 해봐. 사공이 겨우 둘인데 배가 어디까지 가냐.”

“어디긴 유튜브 스타가 되러 가는 거지.”

“아니. 이대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아. 일단 너, 네가 여행의 컨셉을 잡고 그걸 촬영하자며. 근데 왜 컨셉이 유튜브 스타 되기가 됐어. 연예인 병 컨셉도 아니고, 어? 고급스러운데도 가고 고생도 하는 그 컨셉은 무슨 컨셉이냐고. 반성  해 안해.”


 형일이 머쓱하게 목덜미를 긁으며 태영을 바라보았다. 덩달아 찔렸던 준호도 옆에서 숨을 죽인 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러니까. 주제와 컨셉을 정하고, 그대로 영상을 찍되, 영상은 여러 개가 나와야 하는 거잖아 맞지?”

“음, 맞아. 근데 컨셉을 하나만 하면 영상이 많이 안나올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생각한 건 이래. 들어봐.”


 달아오른 열기가 순식간에 사그라지고 형일과 준호는 어느새 태영의 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태영의 이야기는, 한 사람당 여행지 한 군데의 일정을 도맡아 계획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결정한 여행 계획은 4개의 여행지와 여행지별 숙박 일수, 그리고 이동 방법이다. 중요한 계획은 이미 끝났고 여행지 별로 무엇을 하고 놀 것인지 정하는 일만 남아있었다. 이 4개의 여행지 중 한 군데씩 맡아 어떤 여행을 할지 각자 정해보자는 것이 태영의 의견이었다.


“이러면 컨셉이 3개가 딱 떨어지게 나오겠지. 그럼 그거에 맞춰서 영상도 찍으면 될 거 아냐 그치? 여행 계획도 혼자 정하면 되고 얼마나 좋아.”

“근데 그럼 한 군데 남지 않아?”

“여긴 컨셉 없이도 훌륭하니까. 그냥 가도 돼.”

“그렇긴 하네. 그럼 난 찬성. 재밌을 것 같다.”


 준호가 먼저 찬성표를 던졌다. 옆에 있던 형일도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는 듯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럼, 밴프는 내가 할래. 나 하고 싶은 거 있어.”

“그래. 여긴 네가 가자고 한 데니까 네가 해야지.”

“근데 하고 싶은 거 뭔데?”

“비밀이야.”

“뭘 또 비밀씩이나 되냐. 그럴 거면 나도 비밀로 할래. 아니 우리 다 비밀로 하고 전날 발표하기 어때. 계획 발표회 하는 것도 영상으로 찍으면 그것도 분량으로 나오겠는데?”

“발표했다가 싸움 나면?”

“유튜브 각인 거지.”


 마치  팀 프로젝트 회의를 빠르게 파하고 싶은 팀원과 같은 의견이었지만, 형일과 준호의 적극적인 지지로 세 사람은 각자의 여행에 서로 동참하게 되었다. 구체적인 계획은 잠시 뒤로 미뤄진 세 사람은 긴장이 풀려 각자의 의자 등받이에 한껏 기대어 앉았다.


“근데 너 이거 계획할 시간 있어? 퇴사 지르고 이제 일 다 던진 거야?”

“몰라 되겠지.”

“우리 가서 전날 막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니지?”


 형일은 대답 없이 방긋 웃고는 화제를 돌렸다.


———————————————————————————————————


“그런데, 이게 다야?”

“그치?”

“그러니까, 이게 다라는 거지? 이게 이틀 치 계획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하루가 다 지나지 않을까?”


 이야기를 마친 다음, 형일은 태연하게 두 사람을 번갈아가며 보았고, 태영과 준호는 황망한 표정으로 형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돌려 둘만 술잔을 부딪혔다.


“나머지는 우리가 채워야하는거겠지?”

“그렇겠지. 힘내자 태영.”

“왜! 너네가 등산을 안해봐서 그렇지, 이렇게 하면 하루가 훌쩍 간다고!”


 형일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형일, 솔직히 말해보자. 회사 때문에 못한 거지 지금? 그렇다고 하면 봐줄게.”

“아니…. 그건 아닌데….”

“아니야? 맞아야 할 텐데?”

“그럼 맞는 걸로 할까…?”


 걱정이 앞서는 형일의 여행 계획이었지만, 늦은 시간과 다 비워버린 위스키에 발표회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저 형일의 선택이 맞기를 바라며 세 사람은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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