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로 넘치는 소란함
침묵이 설치는 분주함
쥐죽은 듯 소음 어린 밤의 오롯함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그는
스케치북의 그리던 장을 뜯어내고
그 다음 장,
그 위에 그려져 하나 되는 밑그림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딱딱하고 따스한 정신을 끌어안았다
숲의 잔가지를 쳐내듯
오늘을 무던히 바라 본 장면 속
해상도가 떨어졌음을 직감하였다
비워내야 한다,
비워내야 한다.
삶은 본디 단순한 것이었다.
사유의 공간은
점차 낭비된 채로 널널히 있는데
비움으로부터 오는
명료함도 살리지 못한 채
아련함을 취하지 못한 채
매일 다른 소리로
소리치고
누군가를 부르려다,
이내 튀어나온 한숨을 토닥였다
내일을 부를 수 있을까?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할 텐데.
큰소리 떵떵
허풍칠 의지조차 없는
이리저리 알수없이 얼룩진 유화 같은 그의 마음은
쉬이 펄럭이지 않을 테다,
들의 꽃처럼
이리저리 갈림길처럼
피어나 버린 영광의 결말로 인하여.
그러니
다시금 거울을 보라
지나고 돌아보지 않아도
이내 가벼운 미소가
그의 눈을 맞추며
허리춤에 손을 올릴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