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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ckypinkpiggy Jul 21. 2022

멸종 위기의 도시들을 위하여

트래비스 엘버러​​ -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낯선 장소와 미스터리에 쉽게 매료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탄성을 참기는 힘들 것이다. 이미 물속으로 사라져버려 아틀란티스가 되어버렸거나 곧 그럴 운명을 맞을 도시들이 책 속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세계 각국에 퍼진 그런 도시들을 오직 이 한 권에서 만나볼 수 있단 점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때에 여행 정보를 검색하는 거나 여행 장소를 추천 받는 것쯤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인터넷도 이렇게 '사라져가는 장소'의 미스터리를 세세하게 추적할 수는 없다. 이 책은 그런 미스터리를 역사와 지리의 측면에서 서술하며 한층 풍성한 설명을 내놓는다.


지금-여기 존재하다가도 사라진다는 건 뭘까. 그건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명체의 구십구 퍼센트가 멸종했듯, 흔적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뜻일 테다. 그런 멸종 위기의 도시 중 가장 흥미로웠던 도시는 단연코 중국의 '스청'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스청'은 아직 완벽한 멸종 단계는 아니다. 다만 해당 지역에 상해를 위한 인공 저수지를 건설했기에 그 저수지 밑에 도시의 원형 그대로 가라앉아 있을 뿐이다. 물 밑에 그대로 잠겨있는 도시를 상상하면 어쩐지 완전한 단절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니 말이다. 어쩌면 지구상에서 멸종한 생명체들도 지금-여기 보이지 않을 뿐 어딘가에 남겨져 있는 것 아닐까. 이를테면 이런 아틀란티스 같은 도시에…. (이런 상상은 늘 즐겁다.)


서문의 끝자락에서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이 추구하는 이상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존재의 변덕스러움을 일깨우는 한편, 우리가 미래 세대를 위해서 소중한 것들을 얼마나 긴급히 보존해야 하는지 경고하는 것이다."


이미 멸종한 지구상의 구십구 퍼센트의 생명체를 애도하며, 지금 멸종 위기의 도시들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의 도시들은 어쩐지 그런 구원의 눈길을 보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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