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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YHEE Jean Jun 03. 2022

지방 선거와 청년 정치

베를린 지자체 청년 정치와 우크라이나 이웃과의 연대


지자체 청년 정치와 우크라이나 이웃과의 연대 (베를린 정치 문화)


'우크라이나 난민'이라는 피상적이자 무차별적인 말로 뭉뚱그려지곤 하지만, 그 한 사람 한 사람은 특별한 자신만의 일상과 생애사를 갖고 있는 개인입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온 새 이웃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를 위한 공식 행사 "Wir sind Nachbarn" (We are Neighbors)를 만들기 전 사람이 사람을 알게 되는 내밀한 과정이 있었습니다. 어느새 아이들은 놀이 친구가 되고 어른들은 서로의 얼굴을 익히며 신뢰와 친분을 쌓게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이들이 NGO에서 일하던, 학교에서 역사, 영어 그리고 IT를 가르치던 분들이고 또 음악가이고 미술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우크라이나의 한 동네가 베를린에 다시 모인 것 같았습니다. 그들의 일상이 전쟁으로 상처 입고 멈춰버린 후 이곳 베를린에서 새로운 일상이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


베를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이웃 지원 행사 "Wir sind Nachbarn" (We are neighbors) 모습


지난주의 공식 행사를 통해, 선생님은 계속 가르칠 수 있게 학생은 조금이라도 빨리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일선 학교 및 장학재단과 연락을 취하며, 음악가와 미술작가를 위해서는 음악 교육, 공연과 전시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외국인 내국인을 가리지 않고 지원하는 독일의 보편적 사회보장제도가 있다고는 해도, 그 제도에 낯선 사람이 맞닿뜨릴 때 생기는 구체적인 문제들은 역시 사람들이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이들이 베를린의 새로운 이웃으로 제 목소리를 내고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제도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 문화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너무 선명해서 손에 잡힐 것 같은 구체적인 문제들을 조금이라도 더 해결해놓아야 펼쳐놓았던 책이 다시 눈에 들어올 것 같습니다.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를 다시 함께 짚어보는 다음 행사도 곧 6월 중에 열립니다.


지난해 한겨레신문에 독일 총선 관련 기고문을 올리며, 당시 주의회 선거에 도전했던 한 독일 청년 정치인의 인터뷰를 함께 실었었습니다. 데스크는 선거의 향방에 아무래도 더 관심을 가졌겠지만 정말 독일 정치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지역 정치와 청년 및 소수자 정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기고문: https://www.hani.co.kr/.../society_general/1011315.html )


선거에는 아쉽게 낙선했지만 그에게는 계속되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베를린에서 제일 면적이 넓은 트렙토어-쾨페닉 구청(Treptow-Köpenick)의 보건 문제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이 맡겨졌습니다. 관료주의에 지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그의 모습이 신선했습니다.


바로 그 청년 정치인, 사민당의 알렉산더 프라이어-빈터베르프 Alexander Freier-Winterwerb (Bezirksstadtrat für Jugend und Gesundheit in Treptow-Köpenick, #SPD) 페북에서는 오늘도 지난 행사에 모였던 우크라이나 이웃들을 지원하기 위한 토론과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어제도 논의를 위해 다시 만난 그는 저보다 더 열심히 이곳저곳 전화를 돌리고 메일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행사를 만든 저도, 행사에 참가한 대부분의 우크라이나 분들도 독일 유권자가 아니라는 점을 떠올리는 이는 아무도 없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이 일을 돕는 것이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회가 제대로 된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그러한 가치들로 이루어진 체계가 제가 생각하는 민주주의 문화입니다. 이러한 포용적이며 다양성을 중시하는 정치 문화가 꼭 베를린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래서 많은 베를리너는 베를린을 사랑하며 이 도시에 저마다의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방선거가 막 끝났습니다. 그 결과에만 생각을 묶지 말고, 제대로 된 청년 정치 그리고 지역 공동체 정치가 가능하기 위한 조건들에 대해 생각을 이어가야 합니다. 숄츠 총리부터 프라이어-빈터베르프까지 모두 청년 정치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그들 모두 청소년 시기 정당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프라이어-빈터베르프가 그런 것처럼, 선거에 낙선했다고 해도 열정을 잃지 않는 젊은 청년에게는 지자체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활동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를 바탕으로 장차 더 큰 역할을 맡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러한 정치적 과정을 기억하고 지지하는 지역 공동체는 민주주의 문화의 본질적인 요소입니다.



- 이진 독일 정치+문화연구소장
Dr. Yhee, Jean (Institut Politik+Kult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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