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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메이 Feb 08. 2024

병상에 계신 시아버님-2

누워계시는 시아버님을 처음 만난 날.

토요일 오후 귀국을 하자마자 남편은 아버님이 입원해 계신 대학병원으로 갔다.  준중환자실에 입원 중이셨고 몸의 거동을 할 수 없었기에 간병인 한 명이 환자 곁에 꼭 상주해야 했다. 아버님은 다행히 중요한 부위를 피해 뇌출혈이 있었다 했고 그래서 따로 수술 없이 약으로 뇌출혈을 치료하겠다 했다. 피가 흡수되는 데는 3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고 그 후 3개월에서 6개월 재활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비는 차츰 좋아지지만 얼마나 좋아지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했고 6개월 후에도 남아있는 것은 후유장애라 했다. 병원에서는 이틀에 한 번씩 시티를 찍으며 또 다른 출혈이 없는지 관찰 중이었고 다행히 아버님 왼쪽 몸이 마비되기는 했지만 의식이 있으셨고 또렷하다했다.


나는 여행 후 삼 일간의 겨울 방학이 남아 있었다. 주말에는 남편이 아버님을 간병했고 일단 일본 여행으로 인해 길게 회사를 배운 터라 남편은 대구로 돌아가 밀린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 월요일 낮에는 형님이, 화요일 낮에는 내가, 그리고 밤에는 아주버님이 아버님을 간병했다. 


남편으로부터 아버님의 상태를 전해 들었지만 나는 아버님께 가기 전에 어떤 표정으로 가야 할지 긴장이 되었다.  아버님 직계 가족들은 다들 뇌혈관 질환으로 세상을 떠나셨다며 평소에도 음식 관리를 혼자서 철저히 하시며 하루하루를 정말 열심히 스스로를 돌봐온 아버님의 마음이 짐작이 되지 않았다.  스스로는 몸을 움직일 수 없이 기저귀를 차고 병실에 누워있는 상태에서 며느리를 맞이할 아버님은 어떤 마음이실까? 게다가 평소에도 잠을 못 주무시는 아버님께서는 쓰러지신 후 계속해서 잠을 못 주무시고 계셨다. 나는 쓰러지신 후 3일째에 아버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여전히 그때도 한숨도 못 주무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터였다.


병실에 찾아갔을 때 아버님은 다섯 분의 다른 환자와 함께 제일 끝 창가 쪽 베드에 누워계셨다. 주렁주렁 아버님의 상태를 확인해 주는 여러 가지 기계들과 주사들, 소변줄, 산소콧줄을 달고 아버님은 누워계셨다. 나를 보자 일본은 잘 다녀왔냐며 인사를 건네셨고 그때부터 나는 생전 처음 간병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 보자고 불끈 다짐을 하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전날 남편에게 미리 교육을 받은 것이 도움이 되었다.  아버님 자세를 2 시간마다 바꿔주는 것, 아버님을 위로 들어 올려서 의자를 젖혀 앉히는 것, 아버님 몸을 옆으로 돌려 등과 몸을 닦아드리는 것, 소변통을 비우는 법 등을 상기하며 차례차례 아버님께 필요해 보이는 것을 해 드렸다.


아버님은 3일간 거의 잠을 못 주무셨다고 하셨는데도 나를 보자 지나간 80년의 세월을 줄줄이 읊어대셨다. 아버님이 다니시던 회사 이야기, 회사에 불이 났을 때 아버님이 대처하신 일, 승진하셔서 세계 여러 나라로 출장을 다니시던 일, 나를 처음 보셨을 때의 느낌, 어머님이 살아계셨을 적에 함께 살던 집과 산책로 이야기, 어머님이 편찮으셨을 때 간병을 하던 일, 두 아들에 관한 이야기, 참 좋으신 하나님 아버지, 그리고 예수님 이야기... 장작 4시간을 쉬지 않고 이런저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아버님 말씀을 들어드리면서 점심 식사도 먹여드리고 아버님을 주물러 드리기도 하고 아버님의 회복을 속으로 기도하며 무언가를 계속했다. 기력이 쇠하지 않은 아버님의 상태를 보니 금방 일어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힘들지만 간병도 해야 하는 것이라면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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