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너머 저편에 살던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어찌 된 일일까.‘편지’라는 이곡은 그가 오래전 세상을 등진 후 불렸던 곡인데. 한 번도 부른 적 없던 노래는 그의 목소리 그대로 바람결에 날리듯 퍼저나갔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AI(인공지능)와 인간이 맞붙는 세기의 노래대결이 펼쳐졌다. 그의 목소리를 재현하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뒤따랐다. 그의 생전 무반주 육성 테이프를 수없이 돌려가며, 인공지능 AI에 악보를 입력하고, 그 소리가 나는 대로 가사를 입력하기까지. 그의 음성은 수만 번의 반복이 만들어낸 천상의 소리로 다시 태어났다. 25년이 흐른 지금. 그는 이 자리에 머물며 듀엣으로 하나가 됐다. 노래를 듣는 내내 생전의 그를 그리워하며 기억해냈다. 잔잔한 음성에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질 무렵. 엉뚱한 상상 하나가 훅하고 파고들었다. AI 음성기술을 이용하면 어떤 곡도 노래가 될 수 있겠구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엘비스 프레슬리가 김흥국의 호랑나비를 부르고, 비틀스가 감미롭게 ‘마법의 성’을 부를 수 있을 테니. 돌아가신 아버지 목소리로 설운도의‘누이’를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건 그 기대가 상상이 아닌 눈앞에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겠다.
그러고 보니 프로그램 이름이 조금은 이상하다.
누가 AI vs 인간의 만남을 세기의 대결이라 말했을까. 그 둘은 한순간도 노래 솜씨를 겨루지 않았는데. 그저 둘이 아닌 하나가 되어 환상의 하모니와 감동을 만들어냈을 뿐인데. 그러니 ‘AI와 인간의 조화’ 어울림의 무대로 바꿔보면 어떨까.
어찌 됐건 이별한 이의 목소리가 부활하여 노래로 마주하는 일상이 멀지 않았다.
먼 훗날 일을 알 순 없지만 이제라도 목소리를 잘 간직해둬야겠다.
혹시라도 내 자손들이 결혼식 축하 곡으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할지 모를 일이다.
나에 목소리는 시간을 거슬러 마음을 전하고
나는 그렇게 그들 곁에 머물 것이다.
PS.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유튜브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