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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환 Apr 11. 2021

누군가 왜 알을 품었느냐 묻는다면

새끼오리가 태어났다. 녀석들을 품은 지 서른두 밤 만에 알까기다. 며칠 전부터 생명의 신호가 새어 나왔다. 미동도 없던 알의 흔들림이 부쩍 잦아지고, 삐악삐악, 톡톡톡 알 껍질을 쪼아댔다.

알을 깨려면 얼마나 쪼아야 하나. 오래 걸리려나. 그래도 좋다.        


태어난 지 나흘이 지났다.

저 어린 녀석들이 어찌 알고 물통에 얼굴을 처박고  연신 부리를 뒤흔들까. 노는 모습이 어김없는 오리구나.

    

누군가 왜 알을 품었느냐 묻는다면

'생명의 기다림이 좋으니까' 라 말하겠다.

기다림이란?

하루하루를 살피고,

온도와 습도를 맞추고,

구석자리 알을 제자리에 눕혀가며,

달력 날짜를 세어가는

새 생명을 맞이하는 설렘의 시간이다.  

   

생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깨어나는 것이라 생각해본다.

들숨과 날숨을 번갈아가며 존재를 의식하는 것.      


잠들고,

다시 일어나면

삶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깨어난다.    


새끼오리들이 쉼 없이 알을 쪼는 모습을 봤다.

녀석들이 내게 일러준 건

내 삶을 애워싼 껍질을 깨는 일이다.

그렇게 애써야 하루가 열리고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사진 : 첫째 짹짹이와 둘째 팽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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