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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 엽

by 에밀리아

나는 학창 시절부터 낙엽이 좋았다.

그래서 가을이 좋았다.


사람들은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점점 앙상해져 가는 나무들을 보며

슬프게 외롭게 느끼곤 한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과거 어느 가을 날 보았던

낙엽의 강렬함을 잊을 수가 없다.


뜨거운 여름날의 푸르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화려함으로,

손대면 부서질 것 같은 바짝 마른 모습에서

나는 나무의 뜨거움을 느꼈다.


무언가 하루하루를 열정적으로 살아간

시간이 보이는 듯했다.


그렇게 열정적인 시간을 보냄에 찬사를 보내듯

바람이 호응해 주는 그날의 가을 낙엽은

흔히 말하는 아름다움과는

완전히 다른 아름다움이 보였다.


하루하루를 뜨겁게 보낸 자의 낙엽은

슬픔도 외로움도 아니다.


또 다른 시작을 하기 위한 경험자의 준비처럼

미래를 알고 있는

여유 있는 장인의 가을잔치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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