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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쟁이 Jan 08. 2024

마법사 호이와 그의 친구 깡이

모두 행복해져라, 호이!

첫 만남…


안녕, 난 호이야.

나는 커서 훌륭한 마법사가 될 거래.

엄마. 아빠 모두 훌륭한 마법사거든.


안녕, 난 깡이.

난 못생겼어.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대.

분명히 크면 멋진 백조가 될 거래.

엄마 아빠가 그러는데

이웃집 미운 오리새끼도 그랬대.

첫 비행…


난 도통 모르겠어.

마법사라면 빗자루 타는 것쯤은

문제없을 텐데.

나는 너무 무서워.

모자도 똑바로 쓰지 못했나 봐.

훌륭한 마법사가 되긴 틀렸어.


괜찮아! 호이야.

너는 지금 잘 날고 있어.

어떻게 타든 그게 상관이야.

나도 백조가 되지는 않을 거 같아.

그냥 나는 오리야.

못생겼으면 뭐 어때.


네 말이 맞아.

나는 훌륭한 마법사는 아니지만

든든한 친구가 있는 행복한 마법사야!



음… 그러니까 마법사 호이는 금수저였어요.

아주아주 훌륭한 마법사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죠.

어려서부터 호이는 주변의 관심을 독차지했죠.

모두들 최고의 마법사가 될 거라 기대했어요.

하지만 호이는 최고는커녕

마법사의 기본 옷차림인 모자도 똑바로 쓰지 못하고

빗자루조차 잘 다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빗자루에 가까스로 매달린 채 날았어요.

우리 애가 왜 이럴까!

부모님은 걱정했어요.


깡이는 흙수저 출신입니다.

지지리도 가난한 부모님 밑에 태어났어요.

게다가 못생겼어요.

부모님은 용기를 주었어요.

이렇게 못난 거 보니

분명 백조가 될 거라고.

이웃집 오리도 그랬다고.

그러니 열심히 노력해 보라고.


하지만 깡이는 다 커도 오리였어요.


호이와 깡이가 만났어요.

깡이는 으리으리한 실력은 없지만

풀꽃을 아끼는 호이가 좋았어요.

어설프게 날아도

나는 것은 똑같다며

응원해 주었죠.

호이도 당당한 깡이가 좋았습니다.


이렇게 둘은 절친이 되었고

마을 곳곳을 다니며 행복을

퍼뜨리고 다닙니다.


누군가의 도구로써의 삶이 아니라

쓸모 있는 존재로의 삶이 아니라

행복해지기를 소원하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살며

오늘 행복한 삶을 삽니다.


언젠가는 오겠지.

내가 그림 그릴 수 있을만한 날이.

그래도 되는 날이.

그날이 올 거라 막연히 기다렸어요.

올해 초 아무도 예상 못했는데

엄마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엄마는 아셨을까?

마지막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이 숨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삶이 그렇게 끝날 수도 있구나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그리기로 했습니다.

할만한 날은 오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시간을 비집고,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니

할만한 틈이 생기더라고요.

나중에 해 볼걸 후회하지 말고 지금 하자

하고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마법사 호이를 만났습니다.

호이와 깡이는

살짝은

저를 닮기도 했고

제 아이를 닮기도 했어요.

자녀를 그 자체로 보기보다 목적? 결과?

로 대했던 적도 있었고

내 삶이 쓸모라는 관점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부단히 애쓰기도 했어요.


2023년 호이와 깡이를 만나 기뻤고

2024년 이 친구들과 더 많은

이야기 여행을 하려고 합니다.^^


"모두 행복해져라! 호이!"

호이가 마법 주문을 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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