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나의 번아웃이 왜 공황의 초기단계로 넘어갔을까.
나는 나의 속마음이나 감정을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부모님이나 친한 친구에게도 나의 속을 보여주진 않았다. 나에게 속마음을 꺼내는 일은 굉장히 낯설고 어렵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들로부터 너는 왜 너 속마음을 얘기하지 않아 라는 말을 여러 번 들어왔다.
내가 나의 고민과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두 가지 정도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내 고민을 말해서 뭐 해. 내 일은 내가 스스로 해결해야지'라는 생각.
두 번째는 ‘내 약한 속마음을 보여주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나의 고민과 속마음이 나중에 나의 약점으로 잡히지 않을까 ‘라는 생각.
나도 내가 왜 이런 생각들이 나의 의식전반에 깔려있는지를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이런 생각들이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나의 속내를 말하지 않게 하였고, 혼자 감내하려고 해서 속병이 생겼다는 것,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힘든 시기를 보낼 때쯤 회사에서 메일 한통을 읽었다. 회사 심리상담소에서 정기적으로 보내는 메일이었는데, 평소라면 별일 없이 보지 않고 삭제했을 텐데 그날만큼은 상세하게 읽고 싶어졌다.
특별한 메일은 아니었다. 심리상담소에서 여러 심리 검사를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메일. 나의 심리는 어떨까 하는 작은 호기심에 상담 예약을 했다.
그렇게 예약을 잡고 방문하여 심리 검사를 했다. 특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일반적인 심리 검사지가 주어졌고, 퇴근 후 집에서 작성하여 제출했다. 그러고 1주일 지났을까. 다시 상담일정이 잡혔다.
상담선생님께서는 나의 검사결과에서 특별한 점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오히려 너무 평이하다고 했다.
선악에 대해서 너무 명확하게 정답만 말하고 있다고 했다.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예를 들면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고 싶다는 질문에 나는 당연히 ‘아니요’라는 답변을 했었는데 상담선생님께서 보기엔 너무 일관적이라고 했다.
상담선생님께서는 이런 경우 두 가지 중 하나라고 했다. 답변을 속였거나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경우. 내 경우는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고 했다. 대게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집에서도 잘 드러내지 못한다면서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내 얘기를 해보라고 했다.
너무나 정곡을 찌르는듯한 질문.
물론 처음부터 나의 과거를 다 꺼낸 건 아니었다. 하지만 왠지 여기서라면 내 얘기를 해도 될 것만 같았다. 나와 아무런 접점이 없고 이런 얘기를 하더라도 나와 밀접한 관계의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그런 사람. 그래서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