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속에 섞여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역설적이게도 난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사람들 속에서 피곤함을 느껴 혼자 있는 쉬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그건 피로를 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앞서서 그런 것일 뿐,
혼자 있으면 무엇을 할지를 몰라서 너무 심심하다.
혼자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곤 유튜브나 티브이 시청, 그나마 좀 더 한다면 요즘 재미를 붙인 블로그 쓰기 정도..
주 5일 회사에서 긴장을 날카롭게 세우고 만난 주말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그래서 주말엔 종종 누워있었다.
그런 내가 결혼하고 가장 달라진 점은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누워있는 것도 아내와 함께, TV를 보는 것도 아내와 함께..
혼자 하면 심심하기 그지없는 행동들도 아내와 늘 붙어 함께하면 편안하고 즐겁다.
전혀 외롭지 않다.
혼자 하면 재미없는 것도 아내와 함께하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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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은 아내가 없다.
오랜만에 혼자 있는 날이어서 혼자 밥 먹고 혼자 운동을 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한다.
토요일 이불과 뒤엉켜 있다가 느지막이 일어나 보니, 일몰의 빨간 빛깔이 집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렇게는 시간을 더 보낼 수 없어 더 늦기 전에 황급히 집 밖으로 나섰다.
이전처럼 혼자 집에서 가만히 있기엔 흘러가는 주말이 너무 아쉬웠다.
집 밖으로 나온 난 배가 고팠기에 계속 생각했던 마제소바집으로 향했다.
혼자 온 사람은 나 하나였다.
사람들 속에서 혼자 있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난 간신히 부끄러움을 다잡고 조용히 소바를 먹었다.
최대한 여유롭게 먹으려고 했지만, 혼자 있기에 먹는 것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빨리 먹게 되었다.
아내와 함께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혼자 하는 건 더욱더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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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두어 권 들고 카페로 향했다.
집중을 할 수 있는 음악을 고르고 책을 읽었다.
집중을 할 수 있게 만든다 믿었던 음악은 집중을 흩트려 놓았다.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는 무겁게만 느껴졌다.
창밖으로 어둠이 내려앉은 것처럼 책이 어둡게 느껴져 음악을 더욱더 크게 틀었다.
음악을 크게 틀수록 책은 안 읽히고, 책을 읽고자 소리를 줄이면 다른 생각이 많아져 책이 안 읽히는,
소용돌이에 빠졌다.
책에 빠지길 원해서 카페에 간 것뿐인데, 다른 곳에 빠졌다.
뭐 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 나의 핑계이다.
그렇게 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 나의 하루가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