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기고 Apr 17. 2023

아내의 새로운 시작

의욕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것을 아내도 알고 있다.

글을 한편 쓸 때마다 아내에게 보여주고 감상을 듣는다.

내용은 어떤지, 흐름이 안 맞는 부분이 있는지..


나의 유일한 독자이자, 편집자인 셈이다.


하루는 내 글을 읽던 아내가 갑자기 말했다.


"자기 글 한편 써줘"


"응? 갑자기?"


"응. 나 요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잖아. 이 과정을 글로 남기고 싶어."


주제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36살의 아내

나의 편견이지만 언뜻 보기에는 새로운 시작과 36살은 맞지 않아 보인다. 내가 보통 생각하는 새로운 시작은 학교를 입학하고, 회사에 들어가고, 결혼을 하는 그런 시작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내는 다른 의미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아내는 이제껏 가족만을 위하여 살아왔다. 부모님을 위하여, 혹은 동생을 위하여 늘 희생을 짊어지고 살아왔다.

그런 아내가 요즘 스스로를 위하여 의욕적으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아내의 이름을 단 카페.






아내는 베이킹과 커피를 좋아한다. 특히 스콘, 쿠키와 같은 구움 과자는 내가 먹어본 과자 중 가장 맛있다.


아내는 베이킹을 할 때 눈빛이 가장 밝고 맑아 보인다. 아내가 만든 스콘과 쿠키를 스스로 먹었을 때, 다른 사람이 먹는 모습을 상상하며 베이킹에 열중하는 모습은 그 누구보다도 진중하고 즐거워 보인다. 그리고 베이킹을 하면서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을 가진다. 아내에겐 베이킹이란 곧 치유의 시간인 것이다.


아내는 이렇게 좋아하는 과자를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고 이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단계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난 옆에서 지치지 않게 계속 도움을 주려 한다.






새로운 시작은 누구나 자의든 타의든 한 번쯤 맞는 순간이라 생각된다. 나 역시 많은 시작을 겪었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 시작도 있고,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도 있었다.


그런데 아내처럼 정말로 하고 싶어서 열정 가득한 마음으로 한 시작은 몇 번이나 될까..?


많지는 않았다. 삶이 무거워질수록 시작을 앞두고 설렘보다는 그 시작이 가져올 더 큰일들이 먼저 생각나 설렘을 짓이겨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꿈을 위한 시작을 저버린 지 언제일까?

 그렇게 많은 시작을 흘러 보냈는데, 아내의 이런 모습은 나에게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나도 아내의 시작을 응원하고 열정이 꺼지지 않도록 옆에서 응원하려 한다.

아내가 선택한 시작을 나도 함께 시작하면서 시작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예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내 하객룩에 대한 고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