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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고 Apr 03. 2023

아내가 편해서 좋아

아내가 좋은 이유

평일 오후 6시.


업무를 마무리하는 시간.


퇴근하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인데, 난 퇴근 후 아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퇴근이 더 기다려진다.


퇴근해서 집에 와서 아내의 얼굴을 보는 순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잊고 스트레스는 깨끗이 잊힌다.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아내를 만날 수 있는 퇴근을 더 기다린다.


갑작스럽지만 난 정말 운이 좋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아내를 만났다는 사실 하나로도 운이 좋다고 자부할 수 있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35살에 결혼을 했지만, 아내를 만나기 위하여 긴 시간 동안 기다린 것 같다.


-


아내에게 사귀자고 고백한 순간이 떠오른다.


 소개팅으로 만나 다섯 번의 만남 동안 아내와 많은 대화를 하였고, 대화 속에서 아내에게 호감이 생겨 고백했다.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가 편해서 좋아. 행복하게 해 줄게”


아내는 고백을 들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이 말을 정말 싫어한다.


“편해서 좋은 게 뭐야. 내가 엄마야?”


아내의 외적인 모습이나 성격이 내가 그려온 이상형과 닮아 아내에게 고백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분명하지만, 그 이유보다도 내가 아내를 좋아하게 되고 고백해야겠다고 결정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


당시 난 회사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퇴근하면 완전히 잊고자 노력했었고, 회사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아닌 다른 일로부터는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회사가 내 생활에서 이미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회사에 다니며 다친 마음이 더 다치지 않도록 외부 자극을 피하기 바빴다.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조용한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달랬다.


그런데 아내를 만나는 시간만큼은 내가 더 다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어두웠던 시절에 아내는 나의 유일한 희망이자 빛이었다.


아내는 어둠 속에 있던 내가 더 어두워지지 않게 밝은 곳으로 꺼내줬다.


아내와 함께 있으면 정말 편했다. 나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아내의 배려 속에서 외부의 자극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스트레스는 더 이상 내게 오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가 편해서 좋다는 말이 가장 먼저 나왔다.


지금의 아내는 나의 모든 상황을 알기 때문에 편해서 좋다는 말을 어느 정도 이해는 하면서도 편해서 좋다는 말이 싫긴 싫은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내에게 말한다.


“너가 편해서 좋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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