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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odok Jul 08. 2022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문창과에서는 무엇을 배우나 22

"로맨스 서사가 어떻게 변해왔는가"

위 주제에 대한 "문학 장르 수업" 내용이다. 프로젝터 화면을 옮겨 적으랴, 설명을 들으면서 적으랴 정신이 없다. 교집합을 찾아서 정리를 해보니 문맥이 자연스럽진 않지만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적어본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로맨스 장르의 고전이다. 로맨스를 바탕으로 한 근대 장편소설의 구조적 틀을 마련한 작품이다. 초기 로맨스 소설은 한 개인이 겪는 내면의 갈등과 외부의 시련 그리고 해피엔딩으로 귀결된다. 

로맨스의 서사에는 갈등의 구조가 있다. 두 남녀가 사랑하면서 이런저런 갈등에 빠지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1) 삼각관계   2) 갈등의 선택   3) 사랑과 방해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의 정조는 1) 맬로 드라마 형태(한국형 구조틀: 비극) 2) 로맨틱 코미디 형태(최근 한국영화 구조틀) 3) 장르로서의 구조틀(외부 방해세력: 웹소설 부류 포함) 


장편소설의 변화

예전 소설: 영웅주의 및 신비주의적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었다. 


1, 근대소설의 시작: 

로맨스 양식의 등장으로 시작되며 근대 장편소설은 개인적인 사랑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전 근대사회에서는 주어진 역할만 잘 해내면 문제나 갈등이 없었다. 그러나 근대사회의 개인은 처해있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신분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신분 차이가 없다는 것은 자유가 주어지되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개인 책임이기에 개인의 주체성을 바탕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랑에 대한 감정도 스스로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다. 


나만의 감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통과의 갈등구조도 등장한다. 사랑이란 모든 것을 다 담아낼 수 있는 구조물이다. 소설은 로맨스를 넣어서 장편 구조로 간다. 즉 연애소설 형식을 빌어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다. 착한 주인공이 역경을 헤치고 나서 보답을 받는 형태의 근대소설 구조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삼각관계: 근대와 전통의 갈등 구조가 등장한다. 즉 돈 많은 남자 1명과 돈은 없으나 매력적인 남자 1명이 등장하는 갈등구조가 생긴다. 초기 한국소설에서는 당사자들의 삼각관계 이야기보다는 외부의 반대로 사랑이 방해되는 서사가 많았다.


1) 근대 맬로 드라마의 핵심은 고통이다. 

즉 주인공이나 연인이 주변이나 사회구조 등으로부터 고통을 받으나 결국 극복하고 그 고통에 대해서 보상받는 것을 주요 서사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의 진폭이 매우 고양되어야 한다. 최후에는 보상을 받는 형태인데 물론 주인공의 도덕성이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때에 국한한다.  

예) 1968년 미워도 다시 한번(대리 슬픔의 정조)    1998년 박신양 전도연의 약속(90년대 한국영화 붐)

예전의 인기 작품 포맷: '약속'같은 경우 감정의 진폭이 크다. 즉 박신양은 깡패고 전도연은 의사다. 뭔가 어울릴 수 없는 두 사람을 필연적인 운명으로 만들어간다. 진지한 대사와 음악이 한껏 분위기를 조성해 간다. 불안과 확인의 서사로서(셈세한 심리묘사) 감정의 밀도가 진하다. "만나고 사랑하고 혼자 남겨두고 떠나는 것이 가장 큰 죄일 것입니다" (약속/박신양 대사)


2) 로맨틱 코미디는 우연한 만남 그리고 충돌과 화해의 서사다. 

소위 계급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게 되고, 업무나 여타 사건으로 자주 만나게 되지만 가치관이나 입장 차이로 사사건건 충돌한다. 물론 그 충돌이 인생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정도의 큰 고통은 아니다. 둘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 가면서 호감이 싹튼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을 듯한 위기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서로에 대해 이해와 인정을 하면서 엔딩으로 달려간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갈등 후 남녀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눈여겨볼 것. 

예)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환상의 커플, 시애틀의 밤은 깊어, 태양의 후예(한), 환상의 커플(한) 등


3) 로맨스의 결말은 불안과 확인의 서사를 바탕으로 한다. 

연애 그리고 갈등이 주류다. 주인공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안감을 주요 모티브로 하고 있다. 불륜 치정극이나 막장 등을 심각하게 다루는 등 소재의 범위가 넓다. 때론 미스터리나 음모 및 탐정 요소가 로맨스와 혼합되기도 한다. 이에 해당하는 서사는 다른 장르로 분류되기도 한다.


2, 로맨스 장르의 역사/고전으로서의 로맨스

로맨스 소설의 역사는 매우 짧다. 초창기에는 귀족들이 자신들이 읽고 싶은 스토리를 가난한 저자에게 써주기를 요청하면 출간하는 형태로 소설이 소비됐다. 귀족들의 후원 체제로 로맨스 소설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근대화에 따른 귀족계층의 몰락은 이런 위탁형 소설 생산방식으로는 존재할 수 없었고, 새롭게 등장한 중류층 주부들이 로맨스 소설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등장했다.  

  

식자공 출신의 인쇄업자인 '사무엘 리처드슨'이 쓴 소설 "파멜라(부제: 정숙의 보수/1740년)는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내용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근대 연애소설의 보편적인 구조틀을 지니고 있다. 부제가 알려주듯이 여성의 정조를 바탕으로 한 결혼이라는 주제를 지니고 있다. '파멜라'의 상업적인 성공을 본 출판업자들은 독자층과 취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위탁형 로맨스 소설 '파멜라'의 대성공으로 로맨스 전문작가의 본격적인 등장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18세기의 대표 로맨스 소설이 "파멜라"였다면 19세기에 들어와서 제인 오스틴, 제인 에어, 브론테 자매 등 여성작가들이 등장하여 로맨스 소설의 캐릭터 구축을 시작했다.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가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상품으로써의 로맨스 소설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드디어 20세기에 드어와서 장르문학으로서 로맨스 소설이 확고한 위치를 점 한 것이다.(E.M. 헐 "족장 1919"/조젯 헤이어 '검은 나방 1921") 


3, 로맨스 캐릭터

예전 로맨스 소설 속 캐릭터는 무조건 착하고 처녀여야 했다. 그러나 이쁘고 착하다는 신데렐라 이미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이제는 능력 있는 자가 소설 속에서 신데렐라가 된다. 


주요 캐릭터 장착 시각:

엘리자베스 베넷(오만과 편견): 평범하지만 현명하고 강한 여자

남성: 

오만과 편견의 '미스터 디아시': 오만하고 능력 있고 충실한 남자(내 여자에게는 충실하다)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 내면의 상처는 간직하고 음울하고 폭력적인 남자형. 한국은 90년대 유행(깡패와 사랑하는 캐릭터)한 유형. "약속"  "늑대의 유혹" 등 내 여자에게는 약한 남자 캐릭터.

알파남(능력남 유형): 돈, 체격, 명예가 뛰어나다. 자기 속내를 잘 표현하지 않는다.

베타남(반대 유형): 부족한 것은 많으나 여성과 잘 소통하는 남자(꽃보다 남자 주인공 등)

'신데렐라 맨'도 탄생한다. 신분상승의 주체가 남성이기도 한다. 


로맨스 캐릭터의 진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실패의 서사가 있는 로맨스) 19세기 작품인 오만과 편견의 오마주: 여주인공이 정말 망가지는 캐릭터는 당시 유행이었다. 지질한 여성 캐릭터의 등장(브리짓 존스의 일기: 2002년).  지금은 뭔가 한 가지 능력 있는 여자 캐릭터가 유행한다. 이쁘지 않으며 일도 못한다는 캐릭터는 비 공감한다. 


로맨스도 진화하고 있다. 이 시대 요구는 여주인공에게 능력을 키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실 속 여성은 생계 및 자기 관리로 바쁘다. 일하는 여성 등장한다. 서사의 전환. 첫 연애에서 상처받은 여성이 철벽녀로 변신한다. 그녀를 사랑하는 남주인공이 등장한다. 남 주인공의 헌신적 사랑으로 발전적인 관계를 쟁취한다. 일만 하겠다는 여성을 사랑으로 이끌어내는 남자 주인공의 역할이 등장한다. 감성적인 남자의 헌신(재벌남이 아니다)은 요즘 로맨스의 주요 서사 측면이다. 


로맨스의 유행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대사의 남녀 맥락이 바뀐다. 사랑을 거부하는 여자 대 사랑에 매달리는 남자가 등장한다. 기존 클리세를 전복하는 비혼주의도 등장한다. 여성은 결혼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 케리어 우먼이 등장한다. 여자 주인공은 청순가련형에서 권리형을 지나서 커리어 우먼 능력녀로 변신한다. 또 다른 한편에는 여성을 착취하는 대상이 타인에서 가족들의 모습으로 바뀌기도 한다. 남자 주인공은 야성적인 미혼남에서 도시적 알파남으로 변하더니 자상한 베타남으로 등장하여 마음을 닫은 여성을 풀어주는 남주인공으로 변신한다. 장르문학은 주인공의 캐릭터를 분석해야 한다. 로맨스의 고전적인 남녀관계도 전도된다. 즉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기도 한다


4) 기본적인 구조(클리세)가 전복에 전복을 거듭하고 있다. 

예전 로맨스는 결혼하면 다 끝났다. 그러나 해피엔딩이 변하고 있다. 


-최근 변화된 로맨스 속 여주인공들의 자아 찾기.

능력치를 획득한다. 자존감을 갖고 케리어 성공을 위해 주체적으로 개척해나가는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해피앤딩에 조건이 추가된다. 때론 이별이 사랑의 해피앤딩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라는 예전에 뉴스 속에서나 등장하던 개념이 서사에 본류로 등장한다. 예) 영화 라라 랜드(2016)에는 결론에 대한 세대차이의 신개념을 보여준다. 기존 로맨스 문법을 파괴한다. 라라 랜드는 전형적인 로맨스로 시작한다. 그러나 결말이 다르다. 낭만적 사랑의 처리방식 변화는 기존 해피앤딩 문법에 대한 반전을 보여준다. 소설 '노멀 피플'도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혼과 비출산이 화두로 떠오르는 이 시대에 로맨스의 장르도 변화가 필연적이다.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이 기다려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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