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spectum Oct 05. 2023

2023.10.05

연휴, 연휴의 끝 그리고 또 다른 시작

[추석]

 추석이 보름달이 기울 때보다 더 빠르게 지나가버렸다.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는 입장인지라 예비신부와 함께 곳곳을 다녀왔다. 처가는 포천이었다. 처음으로 가보는 지역이었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들도 많았다. 장인어른의 친척들과 친구분들께 인사드리고  정말 짧은 시간 동안 끼니를 계속 먹었다. 운전을 해야 하는 이유로 술을 권하지 못하는 게 아쉬웠는지 그만큼 밥을 계속 권해주셨다. 이름 아침에 도착했었는데, 아침을 두 끼 먹었고 점심을 먹고서 저녁을 또 먹었다. 적게 먹는 편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음식이 들어가는 게 신기할 정도로 계속 먹었다. 끼니 사이사이에 떡, 과일, 밤 등의 간식들이 계속 권해졌고 거절하지 않았다. 그날 음식이 공기였다면 아마 난 열기구만큼 커지지 않았을까.

 인사를 드리고 대화를 나누면서도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예의를 지킬 수 있는 선이 있다면 무조건 지키려고 했고 많은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듣고 고개를 끄덕거리기만 했다. 그러자 어르신들은 만족하시는 듯했다. 편하게 있으라는 말을 듣고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눈치가 마음에 들었던 건지, 눈에 보이는 모습이 편한 모습이라면 결혼하기에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셨을지는 모르겠다. 막히는 길과 고민들로 피곤한 연휴 초반이었으나 모나지 않게 끝냈다는 점에서 그래도 안심했었다.

 이후에는 내 가족들, 그러니까 시댁에 예비신부를 데리고 같이 다녀왔다. 왁자지껄하고 밥을 마구 권하던 처가와 달리 우리 친척들은 조용했다. 그저 이쁘다 잘 살아라 참 좋다 하는 말을 전하고서는 이제 가라는 말을 나지막이 하는 것이었다. 물론 고맙다는 말도 함께 했지만 말이다. 정읍에 친척들이 있었던지라 가는 시간이 꽤나 되었지만 만나고 이야기하는 시간은 정말 짧았다. 밥도 친할머니댁에서 할머니와 먹고서 전주에 넘어와 엄마, 아빠, 누나, 나와 예비신부가 함께 저녁을 먹고는 다시 돌아왔다. 별 일이 없기도 했지만 꽤나 시시했던 추석의 끝자락이 아니었나 싶다.


[연휴 그리고 이후]

 많은 생각과 독서를 했을 때에는 시간이 참 풍요로웠다. 미래에 대한 기분 좋은 불안감이 함께하는 자신감이 있었으나 출근은 생각보다 파괴력이 있었다. 안 맞고 하기 싫은 일을 하는데 그 일의 양이 굉장히 많았다. 쉬거나 딴짓을 하지 않고 일을 계속하는데도 팀장님은 계속해서 재촉했다. 퍼포먼스를 더 끌어올리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오늘도 그러했다. 맞는 일을 하면서 압박을 받는다면 그럭저럭이겠지만 이도저도 아니니 초과근무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 지나치게 지쳤더랬다. 더불어서 생각이 더 나아가게 되었다. 지금 그리고 짧은 앞날동안이 진로, 미래를 전환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시기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3.09.2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