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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spectum Oct 10. 2023

2023.10.10

출근에서 오는 스트레스, 무게를 드는 것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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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연휴가 끝났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심장이 뛰는 게 느껴졌다.

주말에도 잠깐 나와서 분석을 걸어놓은 A, B가 잘 나왔을지에 대해서

순간 걱정이 밀려왔다.

확인하고 싶지가 않았다.

실험의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으면

책임을 제품이 아니라 시험자에게 묻는 구조가 너무 힘들었다.

대학원에서는 적합한 Trouble shooting을 통해

결과가 의도대로 나오지 않더라도 제대로 나온 결과라면

선회하여 다른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지만,

회사는 그렇지가 않다.

원하는 결과가 도출되어야만 이익을 낼 수 있고

목표로 하는 마일스톤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연구원들을 압박하는 듯하다.

물론 다른 회사들은 아닐 수도 있지만 일단 내가 겪어온 바로는 그렇다.


다시 돌아가서,

출근해서 확인한 결과는 내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큰 문제가 없을 것만 같았던 A 실험에서 문제가 터졌고,

가장 큰 걱정을 했던 B 실험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기기의 오류로 인해 중간에 실험이 중단되었던 거였다.

억울하여 기기의 탓을 하고 싶지만 그런 의견은 통하지 않는다.

그런 기기를 사용한 건 결국 개인이니까 말이다.

재시험을 요구받았고 이로 인해 작성해야 할 자료들에 쏟을 시간이

점점 뒤로 밀려나갔다.


바로 여기에서 나는 불합리를 느낀다.

실험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통로가 아니다.

오히려 나침반에 가까운 개념인데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하고

결국 그 결과가 참이었음이 밝혀지고 나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후이기 때문에

연구원들은 회의감에 압도된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지만

이런 순간과 감정이 나를 찾아오는 날이면

최소한 마음이 휘어버리는 것만 같아서 우울하다.


-

이럴 때, 무게를 든다는 건 그런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해 준다.

공이든 샌드백이든 무언가를 타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류의 스트레스가 느껴질 때에는

어딘가에 지칠 때까지 힘을 쏟아붓고 싶어 진다.

그러다 보면 그래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고

이 과정이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듯한 인식을 심어준다.

이게 사실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앞으로 더 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근육량이나 체지방량 같은 수치는

얻어걸리는 장점에 가깝다.

더 무거운 무게를 들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조금씩 강해진다는 실감과

꼬여있는 이어폰 줄을 볼 때와 비슷한 이 스트레스가

추진력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걸 체험하는 순간이

하기 싫은 지금을 견디게 해주는 힘이다.


하기 싫은 일을 '아오 몰라 일단 해!' 하면서

달려들게 하는 그 무모함을 얻는 것.

난 지금 그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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