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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anca Nov 07. 2020

지금 이탈리아는...

내가 경험하는 코로나 판데믹


11월 6일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신규 총리령이 또다시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에 내려졌다

이번 총리령은 전국 야간 통행금지와 감염 위험도에 따른 지역별 차등 조치 적용 등 강화된 코로나 확산 방지 조치로 발표했다.  이탈리아의 20개 주를 주의, 위험, 심각 지역으로 구분하여 행정명령이 적용된다는 것이 이전의 조치와 다른 점이다.




우리 가족도 열흘 전쯤 모두 코로나 검사를 하게 되었다.

남편이 허리의 통증으로 주사를 놓아주던 이웃집 (같은 동 아파트의 위층에 사는 이웃)  아주머니께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연락을 해 온 것이다.  그 아주머니가 마지막 우리 집에 온 날로부터 9일이 지난 후에 생긴 일이었다.  이 아주머니는 본인은 아무런 증상도 없다고 했다.  무증상 감염자인 것이다.

남편은 일단 가족 주치의에게 상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9일이라는 시간의 격차가 있고 우리 가족 중 그 누구도 감기 비스름한 증상도 없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아니다’하는 확인을 받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게 일어났다.

가족 주치의도 검사를 해 보라고 ‘코로나 테스트 진단 신청서’를 써 주었다.


말로만 듣고 TV 뉴스 시간에 보던  “DRIVE IN” (이탈리아에선 드라이브 인이라고 표현)으로 하는 검사를 받기로 하였다. 이 검사는 보건소의 주최로 진행되는데 무료이긴 하지만 줄이 엄청나다는 소식을 여러 번 접했다.  올봄에는 로마는 그래도 비교적 안정된 편이어서 내 주변에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은 사실상 접한 적이 없었다.  8월의 휴가를 지내면서 친구, 지인들과의 모임과 담화를 즐기는 이들의 휴가 문화가 느슨해진 우리의 마음과 더불어 알게 모르게 코로나를 창궐하게 한 모양이다..


이탈리아의 모든 행정과 시스템은 상상을 초월한 인내심을 필요하게 한다.  잠시라도 이탈리아를 여행한 경험이 있는 분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은 새벽 일찍부터 일치감치 줄을 서는 게 좋을 거라고 했다.  검사장은 9시에 연다고 되어 있는데 우리는 새벽 5시도 안 되어 검사장에 도착하여 차 안에서 7시간의 기나긴 줄 서기를 하고 낮 12시에야 검사를 할 수 있었다.  검사장에서의 기다림은 마치 전쟁터 한가운데에 목소리 없는 절규들이 여기저기서 떠돌아다니는 듯했다.  따스한 가을의 햇빛이 차 안으로 비추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 아름다운 자연의 혜택과 무관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나의 염려와 긴장된 마음이 모든 감각기관을 다 차단하고 있으니 모든것이 제대로 눈에 보이고 느껴질리가 없었다.


코로나 ‘양성’ 판정자와 접촉한 사실이 있다고 하니 빨리 결과를 알려주는 것으로 구분하고 당일 저녁에 문자로 연락한다고 하였다.   7시간의 대기 시간으로 지쳤다가 집으로 온 우리 가족은 대충 점심을 때우고 또다시 약간의 염려를 모른 척 한채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오후 6시경 아들이 먼저 문자로 온 ‘음성’ 판정 결과를 받고 미소를 띠우며 자랑하듯이 알렸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내게도 ‘음성’ 결과가 문자로 전해졌다.


그런데 남편의 핸드폰에는 연락이 없었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났다.

아니 웬일인가?   왜 연락이 안 오지?


내가 문자 결과를 통보받고 1시간 정도가 지났다.

남편의 핸드폰에 신호음이 울리고 전화를 받는 남편의 대답이 수상히 들렸다.


“네,  잘 알겠습니다.  내일 다시 가서 검사를 받겠습니다.”


남편의 코로나 검사 결과는 ‘미약한 양성 - lievemente positivo’ 이란다.

아니 이건 또 무슨 날벼락같은 예상치 못한 결과인가?

잠시 멘붕상태가 되었다.  

“미약한 양성” - 이런 결과도 있나?   -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약하게 존재한다는 의미인가?

나의 작은 식견으로 또 추리를 해 본다.

그럼 나는 뭐야??   

같이 한 식탁에서 밥 먹고 아침, 저녁으로 입술로 뽀뽀도 하고 잘 때는 옆에서 붙어 자는 사람인데 나는 ‘음성’이다?!


순간 나를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에 머무른다.

남편은 코로나 검사 이틀 전에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았다.  예방 주사가 바이러스를 약간 투여하는 거라고 한다면 혹시 몸속에 남아있는 바이러스가  검사 결과를 이렇게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추리에 이르렀다.  주사를 맞은 팔의 부위가 안 그래도 빨갛게 부어 있다고 보여줬는데....   나 혼자만의 추론이지만 남편과 나 스스로에게도 일단 안심을 시켜보았다.


아빠의 ‘양성’ 판정 소식을 들은 아들 녀석은 제 방에서 얼른 마스크 착용부터 하고 나타난다.

우습기도 하고.....  하지만 꼭 틀린 행동만도 아니고.....

어쨌든 지금부터 우리는 세 식구가 사는 공간에 한 사람을 최대한 격리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조금 전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있던 남편을 일단 거실에 격리시키고 멀리 떨어져서 말하고 혼자서 밥 먹게 할 수밖에 없었다.  검사 결과가 확실히 날 때까지 거실에서 자도록 하고 모든 행동과 말에서 멀어진 사람으로 대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남편은 다시 가서 검사를 하고 왔고 결과를 기다리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된 순간순간이 이어졌다.

남편은 전형적인 로마인이라 평상시에도 누구 하고라도 말이 많은 스타일이고 이탈리아 사람들 특징이 인사를 할 때도 신체적 접촉을 하는 게 습관적인데 거리를 두고 있는 생활에 어린애처럼 못 참아했다.  그래도 참을 건 참아야지!!


다행히 재검사후 하루 만에 이메일로 ‘음성’ 판정의 결과가 날아왔다.

‘오~  할렐루야!!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 밤부터 내가 사는 로마는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통행금지가 된다.   그리고 이미 식음료업장은 오후 6시까지로 영업시간이 제한되어 있다.   대부분의 식당은 저녁 식사의 영업을 하는데 이 조치는 사실상 영업을 중지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헬스장, 수영장, 영화관, 공연장, 클럽은 물론이고 박물관도 운영이 중지된다.


11월 6일 오늘 이탈리아 신규 확진자가 37.809명이고  이제까지 코로나로 생명을 잃은 사람은 모두 40.000명이 넘었다.

엄청난 통계이다.  이 정도면 전쟁도 작은 전쟁이 아닌 듯싶다.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제2의 판데믹 현상이 되어버렸다.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될 어마 무시한 통계 숫자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이탈리아에서 느끼는 사회적 공포감은 적어도 내게는 그리 피부로 느껴지지 않았다.   올봄에는 물론 두 달이 넘는 전국적 Lockdown으로 봉쇄된 생활을 했지만 서로가 격려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는 나 자신이 직접 테스트를 해서 그런지 몇 개월 전보다 더 심각해진 듯한 분위기이다.


더군다나 다시 증가된 확진자수의 통계가 주는 공포와 더불어 경제의 폭망이 가져다 줄 염려와 걱정에 더 고민하는 지경이 되어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은 이제 자연스레 바뀌어진 생활 습관이 되어 버렸고 지금으로선 마스크를 언제 벗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인 것 같다.


이제 많은 사회 생활은 비대면으로 행해지는게 일상처럼 되어가고 자연스레 직접적인 접촉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친구, 지인과의 다정한 만남이나 같이 나누는 차 한 잔의 시간도 예전처럼 쉽지가 않다.  

혼자서의 시간을 갖으라는 의미인가?   소중한 시간을 쓸데 없는 수다로 보내지 말라는 의미인가?

당연히 해외여행도 힘들어졌고 여행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겐(사실 나도 포함된다) 고난의 시간이지만 덕분에 몸살을 앓던 이탈리아의 몇몇 유명 관광지들은 자연히 정화되는 이점도 생겨나게 되었다.


왜 일까?   왜 이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집어삼킬 것처럼 휩쓰는 걸까?

판데믹이 가져온 현상과 결과에만 휘둘려 두려움과 염려의 노예가 되는 어리석음에 빠져서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으므로 없어져야 할 때에 사라지리라.  


성경적 관점에서 보면  ‘전염병’은 하나님의 진노이고 심판이다.

하나님의 심판을 ‘전염병’으로 하신 예가 성경에는 많이 나온다.


나를 돌아본다.  나의 생활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에게 코로나의 판데믹은 무슨 의미인가?

내가 일하는 로마 국제공항의 케터링도 거의 영업 정지의 상태에 있다.

덕분에 8년 케터링의 숨가쁜 직장생활 후 얻은 귀중한 시간을 판데믹의 선물로 받아 하루하루가 감사할 뿐이다.








표지 사진 : photo by Jonathan J. Castell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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