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ianca Sep 03. 2020

이탈리아의 특별한 사탕 - 콘훼티. Confetti

우리는 살아가면서 일생에 단 한 번뿐인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날들을 마주하게 된다.

나는 생일이나 기념일을 철저히 챙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는 속담처럼 (이 속담은 완전 내경우이다 )  어느새 이탈리아의 풍습에 친숙해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내가 이탈리아에서 20여 년 넘게 살면서 접한 중요한 기념할 날들은


주로 아기 때 하게 되는 가톨릭에서 행하는 “세례식”

역시 종교적 의미의 의식인 “첫 영성체”

사회적 학교 체제의 거의 마지막 관문인  “대학 졸업”

한 인생의 중요한 기점인 “결혼식”

결혼 후 맞이할 수 있는 결혼 25주년인  “은혼식”   결혼 50주년의 “금혼식” 등등.


이렇게 나열하다 보니  이런 기념일들은 주로 개인사에 있어서 중요한 날들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도 형식적으로는 가톨릭의 뿌리 깊은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날들은 종교적인 예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이러한 기념해야 할 날들은 당연히 ‘기쁨을 나누는 특별한 날’  혹은  ‘기억하고 싶은 기념일’ 들이다.

내게 적용해 보니 지난 시간 동안 나의 아들을 통해서 ‘세례식’과 ‘첫 영성체’ 의식을 치렀고 나의 ‘결혼식’엔 내가 주인공으로 그리고 시부모님의 ‘50주년 기념일인 금혼식’에는 며느리로서 함께 하였다.


이런 날들을 기리는 이탈리아 풍습 중의 하나가 기념품을 선물하는 것이다.  

기념품들은 주로 한 손안에 잡힐 정도의 작은 물건으로 흔히 도자기나, 크리스털, 은, 유리 같은 재료로 다양하게 만들어진 장식품으로 가구 위의 장식용으로 놓이거나 혹은 유리로 된 장식장에 보관할 수 있는 눈요기용들이다.   

정말 가지 각색의 다양한 상품들이 시중에 엄청 많이 있다.


이탈리아 말로  이러한 기념품을  봄보니에라 Bomboniera 라고 부른다.

봄보니에라는  프랑스어의  봄보니에르 Bombonnière 에서 왔는데 18세기 무렵 당시의 전형적인 사탕들 (bonbon - 프랑스어로 사탕류 를 지칭하는 말)을 담았던 작고 귀한 용기였다.    특히 프랑스에서 귀족의 여성들은 그들의 신분을 상징하는 것의 하나로 사탕을 넣은 작은 주머니를 과시용으로 들고 다녔다고 한다.


따라서 역사적으로도 증명하듯이 기념품 안에 있던 것이 달콤한 사탕이었다.

기념품과 함께 주로 고운 망이나 레이스, 가벼운 천에 포장하는 사탕인데  일반적으로 설탕을 녹여서 덧입힌 단단한 껍질의 타원형 모양으로 되어 있다.  - 타원형 형태는 전형적인 형태이고 동글동글한 구슬 모양들도 있긴 하다.

photo by Luigi Pozzoli on Unspash


이 껍질이 단단한 사탕을 이탈리아 말로는  콘훼토 Confetto, 복수로  콘훼티 Confetti라고 부르고 이 말은 ‘준비된’  ‘포장된’이라는  콘훽툼  Confectum 이라는 라틴어에서 온 단어이다.  


사탕을 천조각으로 낱개 포장하여 만든 꽃모양, 부케로 만든 장식품

전통적으로 이 콘훼티는 아몬드의 겉에 흰 설탕을 녹여 단단하게 겉을 싸고 있는 형태가 있고 요즘은 초콜릿, 커피, 피스타키오, 딸기맛, 심지어 리몬첼로(레몬으로 만든 이탈리아 전통 술) 등으로  사탕 안을 채워서 속은 입안에 사르르 녹게 되어 있는 형태도 있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가면 콘훼티는 고대 로마제국 시대부터 아이의 ‘탄생’과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하여 귀족들의 가정에서 마련하던 사탕으로 밀가루와 꿀, 아몬드로써 만들어졌는데  1400년 이후 설탕을 이용하게 되면서 사탕의 겉표면을 단단하게 한 현재의 모양인 콘훼티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콘훼티는 사용되는 기념행사에 따라서 색깔로서도 그 상징성을 나타낸다.

결혼식에 사용할 때는 흰색의 사탕을 사용해서 신부의 순결함을 상징하고 영아의  세례식에 사용할 때는 당연히 영아의 성에 따라 남아일 경우에는 하늘색, 여아인 경우에는 분홍색을 사용한다.

결혼 50주년인 금혼식에는 당연히 금색,  결혼 25주년인 은혼식에는 은색의 사탕을 사용하고 대학 졸업을 기념할 때는 빨간색 사탕으로 축하한다.

다양한 색깔의 사탕 포장과  천주머니에 포장된 사탕들 - 콘훼티.

봄보니에라 - 사탕 주머니는 보통 5개의 콘훼티로 앙증맞게 그물망이나 레이스 같은 가벼운 천에 싸서 포장하는데 5개의 사탕이 상징하는 의미는 건강 salute,   ricchezza,  행복 felicità ,   다산 fertilità,   장수 longevità  라고 한다.

콘훼티의 역사가 결혼식에서 시작한 거로 봐서 당연히 새로운 삶을 여는 한쌍의 커플에게 줄 수 있는 축하의 기원들이다.    이 축원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본적으로 모든 인간이 바라는 절대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포장된  사탕 주머니 안에는 행사의 날짜와 주인공 이름을 적은 작은 쪽지가 함께 들어있다.

이 작은 사탕 주머니는 아주 섬세하고도 정교하게 만들어져 한 눈에도 정성이 듬뿍 담긴 것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래서 받아 보는 사람에게 무엇보다   ‘정성된 마음’을 전달하여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지난 8월에 우리 가족은 로마에서 동쪽으로 1시간여 떨어진 술모나 Sulmona 라는 곳의  전통적인 콘훼티의 제조사를 방문하였다.   우연히 아부르초의 시골 마을을 지나다 남편의 먹거리에 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발동하여 형형색색의 사탕으로 꾸며진 다양한 모양의 장식품들과 기념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전통적인 장소를 답사하게 된 것이다.   1783년부터 가내 수공업으로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여전히 아담한 소규모의 공장이었지만 전통의 바탕에서 만드는 콘훼티가 지금도 당당하게 한결같을 수 있게 하는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위 : Pelino 전통 콘훼티 제조사,  아래 : 우리가족이 구입한 콘훼티 한 상자


Pelino.  사탕을 만드는 기구들

이탈리아인들의 전통을 사랑하는 풍습은 두 말할 필요 없이 현재의 모습을 봐도 알 수 있다.

위의 사진도 너무나 전통적이고 가내 수공업 같은 모양새인데  콘훼티를 생산하는 곳으로는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유명한 곳이란다.


문득, 내가 행복한 마음으로 앞으로 먹을 수 있는 콘훼티는 뭘까?  하고 생각해 본다.

아마도 몇 년 후 우리 아들이 대학 졸업을 하게 되면......  이제 대학을 시작하니.....

그래.  빨간색의  콘훼티를 깨물으며 기뻐할 수 있는  그날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탈리아의 Caff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