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ianca Mar 10. 2021

내가 가는 공원

수로 공원에서 - Parco degli acquedotti

초록으로 물들어지는 집 근처의 공원에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발길을 향했다.

내 눈까지 초록색이 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시야가 넓어지면 마음의 빗장도 풀어지나 보다.

봄날의 부드러운 햇빛이 굳어있던 마음을

어루만지고

나와 친구는 아이처럼 풀밭 위를 걸어 보았다.



이름 없는 풀꽃이 수줍게 고개를 들고

해를 향하고 있고

사방을 둘러봐도 막힘이 없는 신선한 공기를

온몸으로 들이켰다.

눈으로 폭풍 흡입하는 초록색과 나무색의 조화를

녹화라도 하듯이

나는 보이는 풍경을 머리 안에 각인시키고

또 확인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름다운 한 그루의 나뭇가지에 꽃이 피어

눈송이처럼 내려앉았다.

아름다움은 말을 잊게 해 주고 그저 순간이

영원이 된 것처럼 지켜보게만 만든다.

계절이 바뀌는 진리를 나무는 새 옷을 입고

자랑하며 말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진리가 슬며시 나에게 속삭인다.



꽃 핀 나무를 둘러싸고 선생님과 함께 온 아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나도 아홉 살 아이처럼 그 옆에서 셔터를 눌러댄다.

자연은 나를 아이로 만든다.   

누구에게나 순전한 아이의 심성을 잊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좀 더 아름답겠지.....



수로 공원에 2000년의 세월이 흘러도 당당히

남아있는 유적들.

로마 제국시대에 만든 수로의 형상은 아직도

그 자태를 말없이 드러내며 서 있다.

마치 세월의 흐름을 눈도 깜짝 않고 있는 것처럼....

비교되는 작은 내 모습을 떠올려 본다.




공원 벤치에 앉아 친구와 나는 사는 이야기를 했다.

남편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우리가

꿈꾸었던 소망들....

그리고 지금의 우리 이야기.


달려가는 시간의 기차에서 도둑처럼 내려 내가 타고 있는 기차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저만치서 친구와 나의 모습을 훔친 여학생이 스케치로 남긴 종이를 선물이라고 건넸다.


이 순간,

오~~~  늘은 또한 최고의 선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백조의 호수’에서의 산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