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사태에 부쳐
사실 나는 기계치가 아니다. 결혼 전 우리 친정집 컴퓨터와 인터넷, 와이파이 등은 모두 내가 도맡아서 관리했고, 대단한 프로그래밍은 못해도 어느정도 기본적인 관리는 배우지도 않고 뚝딱뚝딱 잘 해내던 나이다. 지금도 안 건드릴 뿐, 건드리면 이것저것 잘 할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교육에 있어 컴퓨터의 도입은 아직 거부감이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교육 판도는 크게 바뀌고 있다. '더 이상 코로나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명제를 어렵게 받아들이고 나니, 교사로서 배워야 할 것들이 정말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 구글 클래스룸과 구글 설문지를 내 수업에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패들렛에 캔바에 뮤럴에...이름조차 외우지 못하는 매체는 더 많다. 그런 여러 플랫폼 및 도구들을 익히는 것이 어찌나 버거운지, 나는 요즘 장기적 우울증에 빠져 있다.
내가 수업에서 추구하는 것은 '생각하는 힘'과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기르는 것.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금의 이 비대면 상태를 어떻게 접목해야 할지-내 창의적이지 못한 뇌로는 정말 매일매일이 힘겹다. 돌이켜보면 나의 수업은 대부분 학생의 생각-나의 피드백-정교화되는 글 정도로 순환되고 있었는데, '나의 피드백'부분을 비대면으로 처리하려니 장애물이 너무나 많고, 비대면 상태에서 생각을 이끌어내는 말들을 던지기가 너무나 어렵다. 연구를 해야하는데, 밀려오는 파도들은 연구 의지를 아주 단단히 꺾어놓는다.
작년까지는 수업을 생각하고 학생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었는데, 요즘에는 너무 답답하다. 도망가고 싶다. 도망가면 어떻게 될까? 도망가도 될까? 다 내려놓고 싶은 이 마음.
욕심을 내려놓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