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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쿰쿰 May 24. 2022

난자채취를 했다

나는 왜..

오늘 세번째 난자채취를 했다.


난자채취는 꽤 아픈과정이기 때문에 수면마취하에 진행된다. 약 2주간 하루 1-4대씩 열심히 배에 주사를 놓아가며 과배란시킨 다량의 난자를 한꺼번에 인위적으로 빼 내는 것이니 아플 것은 당연지사. 거기에 억지로 과배란을 시키며 훅 가는 나의 몸은 덤.


첫 번째와 두 번째 채취때는 과배란 과정에도 채취 후에도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보다 한 살 더 먹은 데다가 거듭된 과배란으로 안좋아졌으면 안좋아졌지 더 좋아졌을 리 없는 나의 생식기들은 이번에는 꽤 불편한 티를 내었다. 과배란 과정 내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채취 후에 복통이 심해서 회복실 간호사샘들에게 걱정을 끼쳤다. 집에 오자마자 진통제를 먹고 네시간이 지난 지금도 배가 불편하다.


거기에 먹는 약이 어디 진통제 뿐이랴. 시술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항생제와 바로 이식 과정에 들어가며 먹는 소론도, 프로기노바, 아스피린, 프롤루텍스 주사 및 크리논겔 질정, 거기에 매일 한움큼씩 먹는 영양제들까지. 시험관 아기는 약으로 빚어지는게 틀림없다.


이렇게 약에 절여지는 중에 내 몸을 걱정해본다. 시험관 시술 과정은 진정 여자의 몸을 갈아넣어서 진행된다고 시술 시작 전에 그 어느 누구도 나에게 일러주지 않았다. 한 차수를 진행할 때마다 일단 폐경은 한 세달씩 가까워지는 느낌이고, 내 몸은 한 삼년씩 늙어가는 느낌이다. 고작 3차수인데도 이런 생각이 드는데, 10차수를 넘어가는 선배님들을 보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요행히 시술이 성공할 경우 태어날 아기는 남편의 성을 따를텐데,  과정에서 남편이 하는 일이라곤 고작해야 정자제공 뿐이라는 것도 참으로 억울할 노릇이다. 정자채취를 위해 들어가는 시간과 정신의 방이 너무 자괴감 든다고 투덜대는 남편들은 입을 다물지어다. 그래도 우리 남편은 이런 불공평함에 공감하고  불공평을 줄이기 위해 자신이   있는 최선을 다하고자 매우 애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마음을 어느 정도 달랠  있다.




남들 다 쉽게쉽게 가지는 아이를 나만 이렇게 돈 시간 몸 축내가며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너무 사무친다. 주변 사람들 중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가진 사람도 있지만 그들은 모두 1차에서 성공했다. 나 역시 1차에서 성공했으면 이런 감정까지 들진 않았으려나.


결국 어쩔 수 없다, 힘내자는 결론밖에 내지 못하는 내 이성에 반하여 힘들어하는 내 감정의 아우성이 오늘따라 무척이나 나를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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