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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Oct 20. 2023

송윤아를 닮은 그녀

- 그녀의 아기를 기다리며

대학원에서 번역을 전공할 때, 교양영어실 조교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학부생 영작을 코칭하는 일을 했어요. 우리 사무실에 함께 근무하는 조교만 다섯 명이 넘었는데요, 그 중 한 조교와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만났을 때, 저는 30대 초반이었고 그녀는 아직 서른이 되지 않았거나 이제 막 서른이었을 거예요. 지금저는 40대 초반, 그리고 그녀는 30대 후반이 되었고, 그녀의 뱃속에 곧 태어날 아기가 자라고 있어요. 그래서 이 글은 그 아기에게,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주는 소개글과도 같이 써 보려고 합니다.


아기에게는 제가 이모가 될 테니, 저 자신을 이모라고 지칭하는 것이 좋겠지요? ♣


아가야, 이모는 송윤아라는 배우를 참 좋아했어. 얼굴이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인데다가 지적인 분위기를 함께 가지고 있는 배우. 그러면서도 푼수 같은 연기마저 잘 소화하는 다재다능한 배우거든. 너희 엄마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송윤아 배우를 떠올리게 되었어. 하지만 이모가 너희 엄마를 참 좋아하는 이유는 얼굴이 예쁜 미인이어서가 아니란다.


너희 엄마가 처음 입사한 회사는 무역 회사였대. 그리고 엄마가 맡게 된 일은 물건을 사는 일과 관련된 것이었나 봐. 작은 회사 사장님들과 통화를 하면서, 더 싸게 물건을 사들이는 것이 엄마가 담당한 일이었다고 해. 한 가정의 생계를 담당하고 있는 나이 든 어른들과 새파랗게 젊은 여자였던 엄마가 통화를 하면서 느낀 것이 무엇이었는지 아니? '승진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대. 왜냐하면, 더 유능하게 물건 값을 깎을 수록 더 빠르게 승진할 수 있는 회사에서, 더 높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래. 너희 엄마의 이 말을 듣고, 나는 너희 엄마가 정말 좋아졌단다.


그리고 너희 엄마가 대학원을 졸업할 때 했던 일을 알려 주려고 해. 바로 호두 과자를 아주 많이 산 것이란다.  호두 과자는 아주 달콤한 호두 소가 들어 있는 동그란 빵이야. 그런데 그 빵을 왜 그렇게 많이 샀냐고? 그건, 우리 학교의 청소부님들께 한 봉지씩 나누어 드리기 위해서였어. 엄마는 이런 편지를 썼단다. "선생님들 덕분에 제가 무사히 지금까지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가야, 이모는 이 편지를 쓰면서 눈물을 참고 있단다. 세상에 너희 엄마와 같이 아름다운 사람을 보내 주신, 이모가 믿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게 되는구나. 그러니 아가야, 꼭 엄마를 닮은 사람으로 성장해 주렴. 그래서 너도 살면서 너를 바라보는 사람에게 희망이 되어주길 바란다. 네가 이 세상에 오는 그 날 이모가 아주 많이 기뻐할 거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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