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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니카의 참견 Dec 10. 2024

고뇌하는 이순신 장군과도 같은

하필 지금 진도여행 중 수많은 장군들을 보다.

 우리는 무엇을 담보로 내놓고 나와 내 자식의 현재와 미래를 그들 손에 내어 맡겼을까.


우리가 그들 손에 담보로 내놓은 것은 신 만이 그 소유를 주장할 수 있다는 목숨이 아닐까.


철들고 그렇게 무서웠던 적은 드물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옷깃에 별을 저마다 몇 개씩 달고 있는 장군들을 한꺼번에 많이 보기도 처음이다.


하필 그때 나는 진도 여행 중이었다.


전라 우수영 이순신 장군 기념관 앞 울돌목을 바라보고 서서 고뇌하는 인간 이순신이 가슴 내려 앉듯 애달프고도 고통스러워 보인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잃을 것이 목숨뿐인 백성들이 그분과 함께 싸웠다. 잃을 것이 목숨뿐인 백성들.


백성들은 알고 있었다.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목숨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울도 담도 없는 손바닥만 한 터와 해 뜰 때 엎드렸다가 해지고야 겨우 등을 펴고 누우면 널 짝인지 구분 안 가는 딱딱하고 캄캄한 구들, 거친 밥, 겨우 된장 한 술 풀고 지져낸 푸성귀국 지어낼 아궁이 하나. 새카맣고 초롱한 자식, 아니면 아직 뱃속에 있는 핏덩이에게나 내어 줄 목숨. 그 목숨이다.  


잃을 것이 너무나 많은 자들은 도망쳤다. 모든 것을 이고 지고 모든 것을 외면한 채 모질게 도망쳤다. 그들이 가진 것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 그들에게 남아 있는 것은 단 하나. 부끄럽게 죽은 자의 이름. 부끄러운 자들의 후손들은 그 이름마저 수백 년 길 아래 깊이 땅 속에 묻고 숨 죽인 채 몰래 살아간다.


다시 되돌아와 함께 싸운 이들은 함께 싸운 자들로 기념관에 이름 자를 새겼다.


주홍 글씨는 살아 있는 자의 가슴에 새겨진다. 적록색약인 이들에겐 초록 글씨일 수 있는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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