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친절함을 잃지 않기를 응원해!
우연히 한 인스타 인플루언서의 계정에서, 어느 이탈리아 초등학교 졸업식 날 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선물한 시를 읽고 마음에 큰 울림이 일었다.
‘Vi auguro di non perdere mai la gentilezza.’
너희가 친절함을 잃지 않기를 응원해.
;Questo e lo strumento che riportera lontano lontano.‘
친절함이 너희를 멀리 멀리 데려다 줄 거야.
나는 동화를 왜 쓰는 가. 왜 그 수많은 문학의 갈래 중에 산문을 택했고, 그 중에서도 아동문학를 택했을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 걸까? 언젠가 아동문학 수업에서 특별 초청된 한 작가님이 자신이 집필한 동화책에 사인을 해주시면서 내게 물으셨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세요?”
나는 별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따뜻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 당시 습작 시절, 나는 막연하게 아이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성장해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썼던 것 같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한 대답이었다. 그러자 작가님이 ‘오 그러시군요.’ 하시면서, 책에 따뜻한 작가님이 되시길 바란다는 문장과 사인을 해주셨다.
동화작가로 등단을 하고 작품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지금, 다시 대답해야 한다고 해도 비슷한 답변을 할 것 같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따뜻한 이야기에는 ‘친절함’을 잃지 않는 누군가가 나온다. 동화가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여태까지 습작한 모든 동화에 한 명이라도 그런 캐릭터가 없던 동화는 없다. 그런 인물이 없더라도 이야기의 끄트머리에라도 따뜻함의 정서를 남기려고 노력했다.
이 시를 통해 선생님이 자신의 제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도 그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친절함’이 데려다준 결말을 선생님은 저 멀리까지 내다 본 걸테니까. 나도 아이들이 내 동화를 통해 그런 결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고 그런 동화를 쓰고 싶다. 친절함을, 다정함을, 따뜻함을 잃지 않기를 응원한다고. 이 이야기처럼 그 친절함이 너희를 멀리 멀리 데려다 줄것이라고, 이 이야기의 따뜻한 결말처럼.
미국의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Conan O'Brien)이 자신이 이끌던 마지막 방송의 엔딩에서 이런 말을 한다.
"Please do not be cynical. I hate cynicism - it's my least favorite quality, and it doesn't lead anywhere. Nobody in life gets exactly what they thought they were going to get. But if you work really hard and you're kind, amazing things will happen."
"제발, 시니컬해지지 마세요. 저는 냉소적인 태도를 가장 싫어합니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요. 그 누구도 인생에서 자신들이 얻을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정확히 얻으며 살아가지는 않아요. 하지만 정말 열심히 일하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한다면 멋진 일들이 일어날 겁니다."
이 멘트를 한 날, 코난 오브라이언은 사실 충분히 회의주의에 빠진 채 방송국 놈들아 잘먹고 잘살아라 라고 말하며 방송을 끝냈어도 이해가 될 만큼 좋지 못한 상황에 있었다. 자신이 애써 지켜오던 방송에서 일방적인 하차통보를 받은 날 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쫓겨나는 처지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코난은 자신과 방송을 끝까지 함께 해준 스탭들에게 예의를 지키며 자신의 진심이 담긴, 소신있는 발언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다. 나는 이 장면을 영상으로 보며, 코난의 마음에 감탄했다. 코난이 방송인으로서 자신의 방송을 대하는 마음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여실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항상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주며 가벼운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지만, 코난은 누구보다 방송에 진지하고 그 일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방송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는, 늘 친절과 따뜻함의 정서가 담겨있길 바랐던 거다. 코난이 방송을 대하는 진지하고 따뜻한 마음처럼, 동화를 쓰는 나의 마음에도 그 모든 기운을 담아내고 싶다. 그 친절이 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가 닿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