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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초란 Mar 24. 2022

스스로를 명명한다.

#잡문 #일기는 일기장에

“커서 뭐할 거야?”

라는 질문에 우린 흔히들 직업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야 뭘 하냐고 물었으니 직업을 연상시키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질문을 바꿔서,

“어떤 사람이 될 거야?”

라고 물으면 대답이 달라진다.


나는 자신을 철학가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상당히 어렸을 때부터 변함이 없었다. 중학교 때부터 나는 나를 감히 철학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살아있는 한 인간은 모두 철학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즉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모두가 철학가라고 생각한다. 철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고,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동물을 사람이라고 정의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러니까 나 자신을 철학가라고 칭하지만 나만의 특별한 특징은 아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철학가라 칭하지 않을 뿐이고, 나는 스스로를 철학가라고 명명했다. 그것으로 나는 ‘특별한’ 철학가가 되었다.   


하지만 ‘작가’는 철학가와는 다르다. 글을 쓰는 모두가 작가라고 생각했던 적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스스로를 작가라고는 도저히 칭할 수가 없었다.

뭐를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되는 것일까. 출판을 하면 작가인가? 종이책 인쇄를 해야 작가인 것인가? e북이라면 3권 이상은 내야 작가라 명명할 수 있는 것인가? 혼자서 글을 계속 쓰는 행위 만으로는 작가라 칭할 수 없나? 작가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으면 작가인 것일까? 글로 경제 활동을 하면 작가라고 칭할 수 있을까?

뭐든 지금의 나는 출판을 한 적도 없고 물론 글로 경제 활동도 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뭐든 좋으니 이루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는 철학가이기도 하기에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사실 나의 ‘작가’에 대한 열망은 초등학교 6학년 때의 글을 봐도 느낄 수 있다. 졸업 기념으로 반에서 문집을 만들었는데 주제가 ’ 미래의 나’였다. 대충 내용은 낮에는 의사로서 일하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밤새도록 글을 쓰는 2중 생활을 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놀랍게도 초등학교 6학년 때 벌써 48시간 운용을 실천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었다.)

https://brunch.co.kr/@nicempire/15


당시의 나에게 잠은 언제 잘 생각이냐고 묻고 싶은데, 여하튼 상당히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는’ 행위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글을 특별히 잘 쓴다고 생각해 본 적없다. 실제로도 그렇다. 교내 백일장 정도에서 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규모 있는 대회에선 입선도 해 본 적 없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선 교내 백일장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 본 적이 없다. 누군가에게 글을 잘 쓴다는 소를 들어 본 적도 없다. 대학에 들어가서부터는 더더욱 혼자서 나만을 위한 글을 끄적였을 뿐이다. 아마 이 사실이 스스로를 작가라 칭하지 못하는 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직 의사는 되지 못했지만 퇴근 후 글은 쓰고 있기에 6학년 때의 글에서 절반은 이뤘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할 수 있지만 역시 ‘작가’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위에서 말한 작가가 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책을 내고 싶은가? 글로 경제 활동을 하고 싶은가?


다만 확실한 것은 글을 쓰는 것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나타내고, 사람들 앞에 서고 싶다는 것이다. 다른 여타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넘치는 관종끼로 끊임없이 ‘나는 이런 사람이다!’’나는 나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글로 외치고 있다.  이제껏 글로 독자와 커뮤니케이션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았기에 ‘좋은 글’을 쓰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을 위한 글’은 계속 쓰고 있다.


 “커서 뭐할 거야?”라는 질문은 어울리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될 거야?”는 죽을 때까지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될 거야?”

평생 글을 쓰는 사람.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모두가 글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 칭하지 않을 뿐이고 나는 스스로를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명명한다. 이것으로 난 특별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됐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뭐였나 잘 모르게 되었고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들었다. 좀 쉬면서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을 무엇이었는지, 무엇 때문에 글을 쓰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했다. 아직도 잘 모르고 평생 모를 듯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고 그렇게 되고 싶은 나는 무언가를 써 내려간다.



진짜 이 글을 ‘일기는 일기장에’의 전형적인 자신을 위한 글인데, 철학가의 글쓰기에 대한 고찰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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