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기분 좋은 아침을 맞아 본 적이 삶에 있어서 손에 꼽을 정도인데요. 학생 때부터 수면 장애로 인해 불면증이 오기도 하고 반대로 하루 종일 잠을 자기도 합니다. 많이 자던 적게 자던 수면의 질이 상당히 좋지 못한 것은 같기에 항상 반쯤 깨어 있습니다. 그래서 유독 가위에도 잘 눌리고 조그마한 소리에도 금방 깨버립니다. 깬다고 침대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고요. 정신만 깨어있고 눈은 감고 있는 상태입니다. 머리가 너무나도 아파서 깨질 것 같기에 한동안 침대에 눈을 감고 그냥 그대로 참고 있는 거예요. 엎친데 덮친다고 전 편두통도 있기에 이게 수면 장애인지 편두통 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 수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고등학교 때부터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기 전에 따뜻한 우유를 마시기도 하고 티비를 좀 켜 놓으면 백색 소음으로 잠이 잘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실 소파에서 티비켜고도 자보고, 운동을 막 해서 몸을 피곤하게 한다던가, 두꺼운 책을 읽는 다던가…
결국엔 수면제를 처방받아서 먹었는데 수면제를 먹고도 잠이 안 오더라고요. 정확히 말하면 정신은 멀쩡한데 수면제로 몸만 제멋대로 잠들 준비를 해서 갑자기 주저앉았습니다. 의사 선생님 왈 수면제를 먹고 침대에 누워서 자려고 노력을 해야 제대로 잘 수 있다고 하네요. 뭣도 모르고 전 약만 먹고 점점 졸려오면 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졸려오지 않아서 빨빨대고 집안을 돌아다닌 겁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몸만 잠들어서 다리가 풀린 거고요. 별 경험을 다 해봤네요.
이런 저를 대학 때부터 봐 온 친구가 요새도 잠 잘 못 자냐고 묻더니 책 한 권을 추천해 줬습니다. 나사의 수면장애 연구팀이 출간한 <48시간 세대>
이 책을 추천받고 저는 ‘올게 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요새 한창 유행 중인 라이프 스타일로, 건강지향적인 유명 셀럽들은 벌써 48시간 운용을 하고 있다는 소리가 저에게도 심심치 않게 들리니까요.
하지만 ‘유명인이 한다더라~’ ‘이게 유행이라더라~’ 이런 남들이 하는 것은 청개구리 같이 하기 싫어해서 여짓 멀리해 왔던 겁니다. (진짜 성격 이상한 거 저도 압니다.)
그래도 뭐, 추천해준 친구의 성의도 있고 흥미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책을 읽었습니다. 나사에서 하루 48시간으로 운용한 실험이 성공한 지 50년. 24시간보다 48시간 운용이 건강과 삶의 질이 높은 것은 이미 많은 사례로 증명되었다고 하네요. 그로 인해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가 하루 48시간 운용을 국민들에게 추천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선 시범적으로 교육기관에서도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20년 안에 전 세계적으로 하루가 48 시간이 되는 것도 기정사실이 아닐까란 예상을 책에선 하고 있습니다. 교육기관에 도입이라니, 초등학교에서 방학 때 하루 계획표를 24시간이 아니라 48시로 짠다는 걸까요? 동그라미를 엄청 크게 그리던가 글씨를 엄청 작게 쓰던가 아무튼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8시간 운용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는 나사에서는 48시간 중 43시간은 깨어있는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일단 아침 6시에 잠에서 깨서 낮동안 각자의 시간을 보냅니다. 식사는 24시간 운용과 같은 타이밍에 하고요.
가장 주의 갚게 본 것이 제가 회사원이라 일을 어떻게 하느냐 인데 퇴근도 24시간과 같은 감각으로 하는 것이 정석인 듯합니다. 사람이 집중해서 노동을 할 수 있는 시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보면 24시간과 48시간이 뭐가 다르냐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다른 점은 1일 차에는 잠을 자지 않는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깨어있는 동안 출근을 두 번 퇴근을 두 번 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43시(이틀 째 저녁 7시)부터 잠을 자기 시작하는 겁니다.
생각보다 그리기 어렵지 않았다.
이 라이프 스타일로 불면증이었던 사람들도 별 다른 노력 없이 침대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는 것만으로도 기절하듯 잠이 든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6시에 자연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이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문장이었습니다. 남들이 하는 것은 따라 하기 싫다던 마음은 어느새 눈 녹듯 사라지고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요.
그리고 오늘 아침, 상쾌하게 일어났습니다.
정확히 43시에 침대에 눕자마자 정신을 잃은 듯 잠에 들고, 6시에 눈이 떠졌습니다. 물론 머리도 아프지 않았고요. 아침이 길어지니 동경에 마지않던 아침 조깅을 하고 샤워도 했습니다. 세상이 반짝반짝 빛나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누가 알았을까요? 48시간 운용으로 상상으로만 경험할 수 있었던 ‘상쾌한 아침’이 실현되었습니다. 나사 연구팀이 있는 방향으로 3000배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인구가 1억 명 이상이라고 하는데 모두가 더 이상 두렵지 않은 아침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의 삶이 아침에도 있기를.
지금이 23시인데요. 아직도 몸이 쌩쌩합니다. 밀린 미드도 보고, 책도 읽고, 하고 싶은 것이 산더미지만 괜찮아요. 밤은 길고 아침은 빛이 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