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지막 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초란 Oct 06. 2022

아는 고양이의 마지막 날

그리고 오늘도 또다시 결심한다.

몇 년 전부터 ‘왜 처음에 집으로 데리고 올 땐 마지막을 상상하지 못했을까’라고 나를 원망한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이 아이의 마지막이 분명 나보다 먼저일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나에게 이런 고통스러운 감정이 든다는 것은 데리고 올 때엔 그 의미를 알지 못했던 것을 의미한다.


회사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다고.

17년 1개월. 특별한 병으로 죽은 것은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서 온 노화로 일주일 전부터 밥을 안 먹기 시작하더니 3일 전부터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숨을 거뒀다고 들었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3년 전 회사에서 부서이동이 있었다. 선배와 처음 같은 부서가 되었고 고양이 집사들이  그러하듯 우리도 집에 계시는 고양이님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친목을 다졌다. 이렇게 알게 된 검은 고양이 루나는 비록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서로 안부도 묻고 때론 간식도 챙겨주는 ‘아는’ 고양이였다.


치즈를 굉장히 좋아해서 냉장고에서 치즈를 꺼내는 소리만으로도 달려와 야옹거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남자아이인데 우리 집 아가씨보다도 크기가 작았다. 우리 집 고양이와는 달리 상당히 애교쟁이이고 수다쟁이였다.

그리고 선배와 선배 가족과 17년을 같이 살았다.

선배의 큰아들이 아직 초등학생이니까 어찌 보면 야마자키가(家)의 첫째 아들이라고도 할 수 있었겠다.   


루나는 17살이었다.  고양이로서 짧지 않은 생이였고 충분이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 행복하게 떠났다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객관적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16살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난 그렇게 이야기할 수 없다.


10살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나도 마음속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특별한 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보다 활동량이 줄었다. 잠이 늘고, 나를 할퀴는 힘이 약해졌다.

물리적인 상처는 줄었지만 서글프다.


16년간 누구보다도 가까이 있던 나의 가족이자 친구. 더더욱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은 다 동원해야 한다. 노화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하루라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날을 연장시켜주고 싶다. 이것은 고양이가 원하는 것인가 나의 바람인가.


이렇게 또 죽음이란 자연적인 현상을 인간인 나는 거부하고 있다.

모든 것을 통달한 고양이님이 나의 이런 인간적인 생각을 알면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루나는 행복한 묘생이었고 더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그리고 오늘도 또다시 결심한다.

다시는 고양이를 데리고 오지 않을 것이다. 나의 인생에 두 번째 고양이는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지막 날, 나의 세상은 얼마나 선명해져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