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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몽상 Jan 18. 2021

등단에 대한 짧은 견해.

‘등단’이란 달콤한 낙인.

 대한민국에서 등단하지 않고 순수문학 소설가로 살아남기, 이는 북한국적 고려항공 비행기가 테러단체에 의해 하이재킹 당하여 롯데타워에 충돌할 정도의 확률을 가지고 있습니다.(사실 과장이 큽니다. 다만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순수문학에서의 ‘등단’이란 1910년대부터 소설가가 되기 위한 거진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100년의 역사를 지닌 유구한 전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등단 제도는 득과 실이 있습니다. 득이 있다면 ‘투고를 통한 문장력 있는 작가의 선발’ ‘문학의 새로운 인재 발굴’ 등이 있고, 실이 있다면 ‘등단 장사’ ‘문학계 파벌 형성’ ‘다양성의 문제’ 등이 거론됩니다. 최근에는 등단 무용론이 돌 정도로 이 제도에 대한 비판과 의구심이 커져가고 있지만, 이 제도를 통해 우리나라 문학계는 만들어졌고 또한 여전히 ‘실력 있는 작가의 배출’이라는 긍정적 요소가 큰 작용을 하고 있기에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리라 사료됩니다. 저 또한 이 제도에 대하여 딱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https://m.segye.com/view/20190225004230 세계일보 기사.

 

 다만 등단이라는 제도를 통해 밥벌이를 하는 ‘등단 장사’에 대한 비판을 좀 해볼까 합니다. 대한민국 문예지 중 메이저를 제외하고 ‘등단 장사’를 하는 문예지가 굉장히 많습니다. 대략 150종 이상의 문예지가 몇 달마다 등단 작가를 선정하고, 책을 사라는 명목 하에 비용을 요구합니다. 적게는 30만 원, 많게는 125만 원까지 봤습니다. 이렇게 등단을 한다, 그렇다면 남는 건 집에 있는 상패 하나뿐입니다. 


 등단비를 내고 등단을 했다면,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곳은 마이너 문인협회 뿐입니다. 자주 폐간되고, 모임의 목적이 ‘문학’이라기보다는 ‘음주’인 곳에서 구색에 맞추어 가끔 글을 모아 출간을 하고 나눠 가지고, 회비 안 내면 눈에 불 켜고 총무가 전화를 하는 그런…… 누구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등단’이라는 달콤함에 섣부르게 행동하면 이런 결과만 초래하고 맙니다. 


 또한 등단비를 내지 않았다 해도, 상금이 있다고 해도 메이저가 아닌 이상 소설가로서 제대로 활동하기는 어렵습니다. 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2019년 8월 강원문인협회를 통해 등단을 했습니다. 위의 사례를 익히 듣고, 절대로 등단비를 내고 등단을 하지 않겠다는 일념 하에 상금이 있는 강원문학신인상에 투고, 당선이 됐습니다. 처음엔 정말 좋았지만, 지금은 약간의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등단 작가’의 꼬리표가 메이저에 투고할 수 있는 기회를 대부분 끊어버렸습니다. 지방에서 수상했기에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에만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어딘가에서 투고를 부탁하는 연락도 없고, 지인들은 소설가라고 말해주지만 막상 제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조금만 더 열심히, 메이저 문학상이나 메이저 신문사 신춘문예에 도전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면서. 가끔은 한숨이 나왔습니다.(그래도 저를 뽑아주셨던 심사위원과 강원문인협회 작가님들께는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후회는 단순 제 선택에 의해 일어난 것이니까요.)


상 받으러 가서. 이때는 신났다 아주.


 기성 작가가 되면 일단 ‘신춘문예’에는 메이저 언론사 몇 개에는 투고를 할 수 있지만, 기성 문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수상 취소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각종 신인상들은 이제 대부분 공모할 수 없죠. 예를 들면 창비나 문학동네 신인상. 지금은 결국 개인적 투고 혹은 등단 작가들이 도전할 수 있는 문학상 등에 도전해보고 있습니다. 능력은 부족하고 문장력이 워낙 구려서 잘 안 되고 있습니다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음 편하게 먹고 더 노력이라도 해 보렵니다.






 김영삼 정부 때 대한민국이 OECD에 가입했습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고 말하죠. 제 상황이 그런 것 같습니다. 능력은 안 되는데 등단 작가라는 네 글자 정도는 프로필에 박아두고 싶은 마음만 급하고. 나중에서야 후회하는 거죠. 오오, 가엾은 내 참을성이여……


 소설가가 되고 싶다면, 꼭 메이저를 지향하시길 거듭 강조하겠습니다. 물론 메이저를 통해 등단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잘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언제나 글은 자신의 노력에 달려있는 것이니까요. 다만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이점이 메이저에서 등단하면 얻게 되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는 발전하여 ‘가능성’을 높이니까요. 쉽게 말하면 자신의 책을 만들기 위한 레이스에서 다른 사람들 보다 한 발자국 더 앞서 있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후회를 만회하기 위해 오늘도 글을 쓰러 가보겠습니다. 제 짧은 글이 등단을 희망하시는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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