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간여행가K Jan 21. 2021

기억에 남는 하늘과 그날의 감정들

01. 프롤로그

일주일 이상의 여행들은 나에게 일상의 의무감들에서 벗어나 새로움과 잊고 있던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시간이다. 40일간의 퇴사 여행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가만히 앉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었다. 그 여행으로 일상의 엄청난 변화를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건만, 돌아와서 또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2년이 흘러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전보다 더 지쳐버렸다. 일상의 전부였던 일이 더 이상 활력이 되지 않았고, 그 외의 모든 일상을 이어갈 의욕이 없어지는 나를 깨달은 순간, 스스로를 변화 속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외면했던 나의 감정과 일상을 들여다본 시간, 감정의 원인들을 생각해 보게 만든 책, 빌라선샤인에서 소셜 클럽 기획해보기, 그리고 이를 엮을 수 있게 한 '하늘'. 하늘은 다른 어떤 것보다 '나'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존재이다. 변화하는 하늘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되고,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런 하늘 중에 어떤 하늘은 기억에 남는 하늘과 하루가 되기도 한다.




퇴사 여행에서의 하늘들이 그러했다. 아스타나 공항에 도착해서 본 꿈만 같은 구름들, 프라하의 강가 카페에 혼자 앉아 바라본 노을, 바젤의 다리 위를 건널 때 물들던 하늘빛과 수면에 비친 불빛들. 유럽을 떠돌며 바라보았던 매일의 하늘은 하루를 마무리할 때 일상에선 금방 넘어가던 감정들을 보다 깊게 느끼게 해 주었다.


그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많이 지친 2년 후에 더 깨달았다. 업무 시간에는 자리에서 잘 움직이지 않고, 야근도 많고, 늘 바쁘게만 살았어서였을까. 코로나19로 인해 일상 자체도 변하고, 여행도 어려워지게 되자, 일상에서도 하늘을 잠깐이라도 볼 여유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잊고 있던 일상에서의 하늘들도 생각났다. 아니, 일상이라기보다 일상으로 만들 수 있었던 하늘. 집에서 멀지 않은 산책길에서의 하늘과 어느 날 길을 걷다 올려다본 하늘, 그리고 우리 집 거실 바닥에서 문득 잠들었다가 깬 순간 보였던 파란 하늘. 그리고 그때의 감정과 어떤 상황이었는지도 떠올랐다.




이제는 나의 마음과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을 하고 있다. 극대화된 부정적인 감정을 가라앉히고,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시간을 자주 가지려 한다. 하루에 한 번은 하늘을 잠깐이라도 보려 하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바쁜 순간에는 하늘을 볼 때 감정을 느끼긴 어렵더라도, 하루의 끝에 사진을 다시 보면 그때의 감정이 기억나거나 또 다른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온 마음으로 나에게 집중해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