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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학엄마 May 26. 2022

친구들과의 외출-크론병과 살아가기

딸의 크론병 이야기 32

 고2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났다. 민지네 학교는 총 3과목을 중간고사 때 봤다. 영어와 수학1, 수학2. 수학만 2 과목을 한 학기에 하느라 고2 1학기는 쉽지 않은 학기이다. (보통 다른 학교는 1학기와 2학기에 나누어서 보는데 민지네 학교는 좀 특이하게 한 학기에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한다.) 세 과목이지만 수학만 2과목을 준비해야 하니 부담감이 크다. 

 이제 코로나 거리두기도 많이 완화가 되었고 민지 컨디션도 나쁘지 않아서 민지는 자기 반 친구들과 함께 시험이 끝나면 롯데월드에 가기로 계획을 한다. 시험 마지막 날 금요일에 학교에서 바로 친구들과 함께 간다고. 점심은 다 같이 안 먹고 중간에 간식 정도 먹을 거라면서 쌀식빵에 계란 넣어서 항상 싸는 도시락 간단히 싸달라고 했다. 

 친구들과의 모처럼 만의 외출에 들떠 있는 민지와 달리 엄마는 이런 저런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일단 가는 길이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리는데 힘들지는 않을까. 중간에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어쩌나. 등등... 하지만 애써 걱정은 감춰 둔다. 아이에게 엄마의 걱정이 드러나면 아이도 불안해할 수 있으니까. 걱정은 나 혼자 마음속으로 한다. 

 드디어 시험 마지막 날. 마지막 날 시험 과목은 수학2 과목이다. 수학1도 어렵지만 수학2가 더 어렵고 이과를 지망하는 아이들만 모여있는 과목이라 좋은 등급이 나오기가 쉽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과목이다. 시험 끝나고 바로 롯데월드로 출발한다고 했으니 채점은 집에 와서나 하겠지 했는데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채점을 한 모양이다. 카톡 대화창이 난리가 났다.

  '엄마 대박!' 

대박이라는 의미는 잘 봐서 대박일 수도 있지만 못 봐서 대박일 수도 있기에 조심스래 

  '왜?' 

하고 물어 본다. 

  '나 찍은게 다 맞았어!' 

한 문제 정도 찍었겠거니 했는데 3문제나 찍었다고. 그런데 찍은 문제가 다 맞았다는 것이다. 

  '우와 정말 대박이네!! 민지야 고생했다^^ 잘 놀고와~' 

   시험 점수 덕분에 더 홀가분하게 놀러 갈 수 있던 민지. 중간 중간에 사람이 많지만 재미있다는 톡과 파란 하늘 아래 귀여운 머리띠를 쓰고 활짝 웃고 있는 민지 사진을 한 장씩 보내줘서 마음이 놓였다. 

시험 끝난 학교들이 많았는지 놀이기구는 2개 밖에 타지 못했다고 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다리는 시간만 2시간씩 걸렸다고. 놀이동산에서는 거기서 사 먹는 군것질 거리가 또 나름의 즐거움이지만 군것질 대신 도시락으로 싸간 쌀식빵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2년 전 중3때는 코로나도 코로나였지만 크론 활동기라 꿈도 꾸지 못했을 외출을 할 수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도시락을 싸가서 먹는 것을 받아들이고 많이 스트레스 받아하지 않는 민지도 기특하고 고맙고 그런 민지 곁에서 이해하고 감싸주는 친구들도 고마웠다. 

  내년 수능 끝나면 중3 겨울방학에 가기로 계획했던 영국 해리포터 스튜디오에도 갈 수 있기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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