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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학엄마 May 26. 2022

담임선생님과의 상담 - 고2

크론병과 살아가기 33

  올해는 대면 수업이 정상화되면서 학부모 상담도 대면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전화 상담도 가능하긴 했지만 선생님 얼굴을 직접 뵈면서 상담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대면상담을 신청했다. 작년에도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긴 했지만 전화로만 해서 좀 아쉬웠는데 상담 가기 일주일 전부터 무슨 이야기를 하실까 뭘 여쭤보면 좋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상담 날을 기다렸다.

  작년에도 담임선생님과 민지의 크론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몸 둘 바를 몰랐는데 올해도 혹시나 그러면 어쩌나 올해는 울지 말아야지 굳은 다짐을 하고 상담하는 방에 들어갔다. 처음엔 괜찮았다. 예전엔 크론에 '크'자만 들어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었는데 이제는 그 정도는 아니다. 선생님께서 언제 발병했는지, 지금은 어떤지 이런저런 질문을 하셔서 차분히 울지 않고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 그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선생님께서 얼마 전 체육대회 때 있던 일을 이야기해 주셨다. 민지는 반 계주 선수로 뽑혔었다. 우리 반 계주 차례가 다가와서 준비를 하자고 할 때 다른 친구들은 "아자아자 열심히 하자!" "파이팅" 이렇게 소리치며 파이팅을 외칠 때 민지는 조용히 신발끈을 풀었다가 다시 묶고 있었다는 것이다. 팔도 가늘고 손가락도 길고 가늘어서 신발끈을 꽉 묶는 가냘픈 손을 보고 선생님과 친구들은 "신발끈 묶다가 손가락 부러질 것 같아."라고 하셨다. 그런데 옆에서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신발끈을 묶는 것에 집중하느라 옆에서 하는 이야기도 못 듣고 신발끈 꽉 매고 있는 모습이 무슨 일이든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민지의 모습인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그동안 잘 참고 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 말씀을 하시다 내가 우는 모습을 보시고 선생님께서도 잠시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시다가 결국 눈가에 눈물 한 방울 보이셨다. 

  "작년 담임선생님 앞에서는 더 많이 울었었어요.^^" 우는 와중에 분위기를 너무 다운되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작년보다 훨씬 몸 상태도 많이 좋아져서 학교 생활하는데 큰 무리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민지의 생활기록부와 성적을 보며 대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상담은 40여분 가량 진행되고 끝났다. 

  "어머님은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 봐요. 민지가 본인이 알아서 열심히 해주니 몸은 좀 아프긴 하지만 그 또한 잘 극복하고 있고요." 그래 나한테 민지와 민지 동생이 있는 건 나에게 참 감사한 일이다. 크론병이 민지를 힘들게 하지만 고난을 극복하려는 민지의 의지가 굳건하니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앞으로 더 건강해 져서 너가 원하는 학과 진학해서 니 꿈을 펼칠 수 있기를 엄마는 옆에서 항상 응원하고 도울게. 고맙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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