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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학엄마 Aug 23. 2022

고2의 여름방학

크론병과 살아가기 34

  레미케이드 주사 치료를 한지도 이제 1년. 고1 여름 방학 때 시작했고 1년 후 이제 고2 여름방학이다. 레미케이드 치료 이후로는 혈액 검사 결과는 crp, esr 모두 안정적이다. 다만 칼프로텍틴 수치는 초반에 192까지 떨어졌다가 중간에 600 정도로 오르기도 했다 마지막은 360 정도였다. 보통 사람들의 경우 50 이하가 정상이지만 크론병 환우들은 250 이하만 돼도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주사 치료를 시작하면서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비오플이라는 유산균을 먹고 있다. 우선 비오플을 먹은 후로는 지독했던 변 냄새가 많이 개선이 되었다. 올해 7월부터는 무른 변에 좋다는 낙산균을 먹고 있다. 주사제 덕분인지 낙산균도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요즘은 무른 변도 많이 개선되었다. (환우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민지에게는 효과가 있었다고는 해도 다른 환우들에게는 어떨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고2 1학기. 고등학교 생활 중에서 가장 힘들 것이라 예상했던 학기인 만큼 쉬운 학기는 아니었다. 우선 수학 1, 수학 2를 한 학기에 모두 이수해야 하는 민지네 학교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 때마다 가장 부담이 되는 수학 시험이 2과목씩이나 있었다. 수학 1은 전교생이 수강하는 과목이지만 수학 2는 2학기에 미적분을 들어야 하는 주로 이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수강을 했기에 인원도 적고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도 몰려 있다. 거기다가 과학은 물리만 빼고 생명, 지구과학, 화학이 일주일에 3시간씩 들었다. 민지는 이과 성향이라 사회보다는 과학이 편하다고는 하지만 과학 3 과목을 공부하고 시험 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2학년 1학기는 성적이 좀 떨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학기였다. 그랬기에 민지도 엄마인 나도 어느 정도만 버텨보는 학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기적이 생겼다. 생각도 못했던 수학 등급이 잘 나온 것이다. 믿고 있던 화학에서 실수가 있어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수학이 이수 시간이 더 크기에 화학에서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점수였다. 그렇게 가장 걱정하던 학기는 지나갔다. 

  레미케이드 1년. 이제는 약간의 외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외식을 하는 곳은 총 3군데이다. 우선 집 근처 안심 스테이크 집. 민지는 돼지고기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주로 닭고기나 소고기 위주로 먹는데 이 스테이크 집은 양념이 과하지 않고 사이드로 나오는 야채들도 민지가 먹기 부담스럽지 않게 익혀서 나온다. 외갓집 식구들과 가끔 생일이나 행사가 있을 때는 이 스테이크 집을 예약하게 된다. 비용이 아주 저렴하진 않지만 그래도 자주 하는 외식이 아니니... 두 번째 외식하는 곳은 서브웨이 샌드위치이다. 가장 얇은 빵에 소스도 아주 조금만 뿌린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심심한 맛이긴 하지만 야채가 많이 들어가서 좋아한다. 세 번째 외식하는 곳은 요 근래 갔던 미분당이라는 쌀 국숫집이다. 일단 쌀국수이지만 향신료 맛이 아주 강하지 않고 국물이 기름지지 않고 담백했다. 그리고 주방이 오픈형이라 위생관리가 잘 되어 있는 듯했다.  

  7월 말 레미케이드를 맞은 이후로는 변 상태도 계속 좋아서 먹는 것들도 조금은 과감해졌다. 변에서 그대로 보인다고 시금치 무침도 조심해서 먹곤 했는데 요새는 끼니마다 시금치 무침도 잘 먹는다. (요새는 폭우로 시금치가 너무 비싸서 자주는 못해주지만) 우영우 드라마를 보면서 김밥이 자주 나와 엄마표 김밥도 자주해 주고 도시락에도 싸주었다. 아직 매운 것들은 안 먹고 있지만 동생이 라면 먹을 때 한 젓가락씩 먹기도 하고 과자도 아주 가끔씩 한 입씩 먹곤 한다. 

  방학 때 운동도 열심히 했다. 학교에서 자습을 신청해서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했는데 자습이 끝나면 운동하는 곳에 가서 PT 받는 날이 아닌데도 운동도 하고 왔다. 스쿼트를 130개씩 했다며 자기 허벅지 단단해진 거 만져보라는 민지를 보며 감사했다. 힘들 텐데도 약도 열심히 먹고 먹기 귀찮은 비타민도 잘 챙겨서 먹고 피곤하고 힘들 텐데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최선을 다 해주는 민지가 기특하다. 아직 대입을 위해서 챙겨야 하는 학기가 두 학기가 남았지만 모쪼록 건강하게 남은 고등학교 생활도 잘 지내고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입학할 수 있길 오늘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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