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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학엄마 Dec 07. 2022

아직은

크론병과 살아가기 35

 11월 17일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이 치러지는 날이라 고2 민지는 주중에 레미케이드를 맞으러 갈 수 있는 날이다. 민지 담당 교수님께서 출산 휴가를 다녀오시느라 9월에는 소아청소년과가 아닌 내과에 크론 담당하시는 교수님께 진료를 받고 레미케이드를 맞았다. 담당 교수님 복귀하시는 날로 맞추느라 레미케이드를 맞아야 하는 날짜보다 9일 정도 늦게 맞게 되었다. 

  오랜만에 뵙는 교수님과 반갑게 인사하기 무섭게 (?) 교수님께서 약간은 어두운 낯빛이었다. 피검사 수치는 정상이긴 했지만 지난번 보다 조금 오르고 특히 변검사 수치인 칼프로텍틴 수치가 다시 1000을 넘었기 때문이다. 지난 검사 때가 4월 정도였는데 그때도 300~ 400선이었는데 좀 많이 올랐다. 

  그동안 사실 먹거리가 많이 다양해지긴 했었다. 거의 하지 않았던 외식도 조금 과감해져서 쌀 국숫집과 고깃집 (소고기 위주로, 아직은 소고기 닭고기 제외한 돼지고기 등은 좋지 못했기에)에 갔었고, 집에서 과자도 어떤 날은 한 봉지 가까이 먹기도 했었다. (평소에는 아빠가 먹을 때 옆에서 몇 개 집어 먹는 정도) 

  한동안 이제는 민지가 먹는 것이 다양해져서 다행이다 하고 조금은 안심하기도 방심하기도 하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내년이면 고3이 되고 고3 졸업하면 대학생이 될 민지의 대학 생활을 조금씩 상상해 보며 그래 학교 학식에서 골라먹는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있었는데. 뭔가 다시 리셋되는 기분.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몸무게는 빠지지 않고 조금씩이긴 하지만 늘고 있다는 것. 

  아... 다시 먹거리를 많이 제한을 시켜야 하는 걸까. 먹는 것 중에 뭐가 문제가 되었을까. 매일 먹던 사과, 귤 같은 과일? 가끔 먹던 생야채? 요새 조금씩 늘었던 과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민지는 칼프로텍틴 수치가 참 내려가지 않는다. 처음에도 많이 높았고. 중간에도 내려가는 듯하다가도 또 올라가고. 잡힐 듯 안 잡히는 칼프로텍틴 수치가 참 야속했다. 

  이번 검사받기 2-3일 전 민지가 밤에 늦게 까지 수행평가 준비를 하느라 제대로 못 자고 그 다음날 폭풍 설사와 함께 살짝 복통이 있었는데 그 영향이었나, 원래 레미케이드 맞아야 하는 날 보다 일주일 넘게 뒤로 미뤘던 것이 문제였던 것일까. 민지한테 엄마의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기에 내 머릿속만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일단은 기말고사 전까지는 과일은 빼보기로 했다. 예전에도 과일을 많이 먹었을 때 칼프로텍틴 수치가 올랐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 외에는 과자를 줄이는 것 외에는 평소처럼 매운 것, 너무 기름진 음식, 밀가루 정도만 제한하기로 했다. 다음번 검사는 1월 중순 경인데 그때는 다시 내려간 칼프로텍틴 수치를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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