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학엄마 Mar 09. 2023

고3, 새로운 병원에서의 진료

크론병과 살아가기 36

  전원 (병원을 옮김)을 하게 되었다. 원래 다니던 병원 담당 교수님께서 병원을 그만두시게 되어서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옮기게 되었다. 민지가 크론병을 진단받았던 것도 담당 교수님이었고 주사제로 치료를 바꾸고 중3 때부터 3년을 진료받던 교수님이라 아쉬움이 너무 컸지만 (마지막 진료 때 나도 민지도 눈물 찔끔. 교수님 앞에서 흘리고 왔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일부러 주말 진료가 되는 병원으로 소견서를 써주셨다. 새로 가게 된 병원은 신촌 세브란스 병원.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는 크론병으로 유명한 천재희 교수님도 계시고 염증성 장질환 클리닉이 별도로 있어서 원래 다니던 병원보다는 조금 더 체계적일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2월 말에 처음으로 세브란스 병원에 갔다. 아직은 청소년이라 어린이 병원으로 갔는데 어린이 병원 건물도 규모가 크다. 웬만한 병원 하나가 어린이 병원 크기 정도이니. 어린이 병원 안에 거의 모든 과가 다 있었고 내시경 하는 곳도 주사실, 채혈실, 입원실까지 다 있었다. 

  처음 뵙는 교수님께 첫 진료를 받고, 아직 주사 맞기까지 일주일이 남아있긴 했지만 다음 일정이 맞지 않아서 일주일 앞당겨서 주사를 맞기로 했다. 교수님께서는 내시경 한 지가 좀 오래된 것 때문에 MRI라도 바로 했으면 좋겠다 하시긴 했는데 민지는 수능 끝나고 내시경을 하길 원해서 일단 내시경은 미루고 아마 MRI는 여름 방학 땐 한 번 해야 할 것 같다. 다행히 마지막 대변 검사(칼프로텍틴) 수치가 많이 좋아져서 바로 내시경을 보자고 하진 않으시긴 했다. 교수님께서는 수치가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장에 염증이 없어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칼수치가 많이 내리긴 했지만 (140 정도였다.) 이 정도이면 아직은 염증이 남아있을 거라 하셨다.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약 잘 먹기, 진료받으러 잘 오기. 정도 이야기 하시고 음식에 대해서는 딱히 이야기하진 않으셨다. (너무 당연해서 이야기하지 않으신 것이겠지?) 그리고 그동안 먹던 MTX 대신 아자비 오라는 면역억제제로 바꾸시고 펜타사는 빼주셨다. 

  요즘엔 꽤나 과감하게 음식을 먹고 있긴 하다. 밖에서 음식 먹을 일들도 가끔 생기고 (동네 김밥집에서 김밥과 떡볶이 조금- 그래도 나름 김밥집은 제일 깨끗하고 조미료 안 쓰는 곳으로 골라가긴 한다.) 신랑이랑 민지 먹는 걸 보면서 "그래 그동안 너무 잘 참아줬고 지금 많이 좋아졌으니 이 정도만 유지돼도 대학 가서 학교 구내식당 밥 정도는 먹을 수 있겠네." 하며 이야기하곤 한다. 

  건강한 고3 생활을 위해서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PT를 받고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개인운동을 하러 가기도 하고 피트니스에 못 가는 날은 집에서 근력 운동도 꾸준히 하며 체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가끔 자기 허벅지 만져 보라고 하면서 근육을 자랑하기도 하고, 팔 굽혀 펴기를 3개나 한다며 (원래는 하나도 못했었다.) 자랑하기도 한다. 근육이 조금씩 늘어가니 몸무게도 조금씩 늘고 있다. 고3이라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겠지만 이제 1년 남았다며 나름 고3 생활을 즐기고 있는 민지를 보며 올 한 해도 건강하게 건강하게 고3을 지내보자고 기도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직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