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웠나..?
#1
이제는 제법 미안하다거나 고맙다는 말을 한다.
단, 몇몇 친한 친구들한테만 한다.
그래도 친구들한테는 자유롭게 말한다는 거.
그리고 어른들한테는 그 말이 잘 안 나온다고 우리에게 고백하기도 했다.
그게 어디냐.
긍정적인 면을 봐줘야지.
#2
영어유치원을 7개월째 다니고 있다.
말도 제대로 안 하는 애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맞는지 근 4개월을 고민했다.
그런데 우리의 결론은 영어유치원을 보내자.
였다.
왜냐하면,
첫째는 영어를 잘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한국말로는 잘 안 나오던 말이 영어로 소통이 된다면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실제로 미안해라고는 말하기 어려워도 쏘리~는 쉬워했다.
결론적으로 영어유치원을 보낸 것은 잘한 결정이었다.
영어유치원을 보낸 3월에는, 여차하면 일반 유치원으로 보낼 생각으로 딸의 기분을 매일 살폈다.
온 가족이 초긴장 상태였는데 생각 외로 적응을 너무 잘해줬다.
영어를 잘하게 되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적응에 시간은 좀 걸렸지만 이제는 수업 시간에 열심히 손을 든다고 한다.
#3
가장 친한 친구가 생겼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려고 노력한 이후 동갑내기 사촌과 애틋한 사이가 됐다.
든든한 내 친구가 하나 있다는 사실이 자존감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가끔 다투기도 하면서 친구 관계를 어떻게 맺어가야 하는지 배우고 있다.
서로 다른 부분을 배우고 닮아가려 한다.
그 둘을 지켜볼 때마다,
저 작은 아이가 우리 부부와 아이에게 얼마나 큰 위안과 용기가 되었는지 감사하게 된다.
#4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여전히 처음 보는 사람을 보면 얼어붙는다. 그게 2살짜리 어린 동생이라도 그렇다.
더 쓸까 하다가 그만둔다.
과거에 비해 나아진 면을 봐주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을 열심히 칭찬해 준다.
#5
딸의 함구증을 고민하면서 내가 많이 변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를 찾아다닌다.
사소한 것에 감사하려고 하고,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이제는 생각보다는 행동하려 한다.
그래서 지금 이 글도 다소 두서없이 쓴다.
그냥 한다.
아무도 우리를 막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