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휴남동 서점 중국어판이 집에 도착했다. 새로운 해외판이 들어온 김에 해외판 단체 사진을 찍어봤다. 언제고 책장 두 단을 다 채우면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괜히 급해져서 미리 찍어본 거!
대충 헤아려보니 내게 도착한 해외판은 지금 시점 20개 언어는 되는 것 같다. 휴남동 서점은 지금까지 30개 언어 이상 해외 판권이 팔렸다. 그렇다는 건 50개국 이상에서 휴남동 서점이 출간된다는 뜻이다. 영어판만 해도 영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북유럽 여러 국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캐나다 등등에 다 출간되었으니 말이다. 스페인어 판도 여러 나라로 뻗어나갔다.
<매일 읽겠습니다>를 읽어본 분들은, 나는 책을 사들이는 것에 크게 욕심이 없다는 걸 아실 거다. 결코 닿지 못할 목표점이지만 나는 언제나 미니멀리즘의 추종자이고, 또 집 안에 뭐가 가득 차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독립하며 집엔 책장을 딱 두 개만 두기로 했었다. 큰 책장 하나, 키 작은 책장 하나.
하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어느새 내 집에는 벽 한 면을 잡아먹는 큰 책장이 하나 더 들어왔고, 가장 마지막으로는 키 작은 책장이 하나 더 들어왔다. 휴남동 서점의 해외판들은 막내 책장에 정리를 해놨는데, 사실 막내 책장을 산 이유가 내 책들의 국내판과 해외판을 한 곳에 모아놓기 위해서였다. (왠지 이러는 게 조금 민망해서, 거실이 아니고 서재에 모아놓았다.) (그리고 나는 요즘 새 책장을 하나 더 들여놔야 하나, 고민하면서 위치를 고심하고 있다. 마음 한편에선 들여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지만.)
몇 개 찍어본 해외판.
이탈리어 판은 <단순 생활자>에 언급됐던 이탈리아 편집자님 출판사에서 나왔다. <단순 생활자>를 쓸 때만 해도 이탈리아 출간이 확정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즈음이거나 이후에 결정이 된 거다.
일본 출판사에 감사한 마음을 듬뿍 품게 됐던 에디션이다. 왜냐하면, 일본 출판사에서 10쇄 기념 에디션을 찍어주었고, 또 그걸 보내주기도 했으니!
휴남동 서점은 놀랍고 감사하게도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예전에 어느 분이 이렇게 물었다. 왜 내 책이 여러 나라에서 인기가 있는 거냐고.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인 거냐고. 어떻게 어느 한 나라에서 나온 책이 다른 한 두 나라가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같은 타이밍에 인기가 있을 수 있는지, 도대체 어떤 대단한 이벤트가 있었길래 그렇게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해서 물으신 것 같은데,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각 언어마다 출판사가 다르니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할 수 없고, 어떻게 이렇게 된 건진 나도 모르겠다고.
지난달 조선일보 기사다.
내 책이 여러 나라에서 사랑을 받는 건 당연히 너무너무 기쁘다. 너무 실감이 안 나 남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할 정도다. 하지만, 가끔은 이 사실이 불안을 불러온다. 혹시 이 소설이 앞으로 나올 나의 모든 책 중에 가장 사랑받은 책이면 어쩌지. 그럴 때면 본능적으로 가슴이 서늘해지고 마음이 무거워지는데, 이건 인세 등등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이 모든 게 거대한 운의 자장 안에서 기적적으로 벌어진 일이고, 나는 실은 그리 실력 있는 작가가 아니라는 걸 남은 평생 내내 깨달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다. (누군가에겐 배 부른 불안이라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이런 불안은 다정한 독자의 말 한마디에 다시금 사라지기도 한다. 얼마 전 만난 지인은 내게 말했다. 나의 그 유명한 소설보다 <단순 생활자>가 더 좋았다고. 나의 소설보다 나의 에세이가 더 좋다고. 그렇다는 건 독자의 선택 유무와 상관없이 나는 비슷한 질의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사람이란 뜻이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도 된다는 뜻 아닐까.
그러니, 힘을 냅시다.
내 마음이 어떻든, 내가 쓴 이야기는 지금 즐겁게 세상을 유영하고 있다. 그 이야기를 다정하게 마음에 품어준 각 나라의 독자들은 감사하게도 도리어 나에게 감사의 마음을 매일마다 전해준다.
그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고 나는 더 열심히 글을 써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걸 잘 못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건지도.
이렇게 글을 쓰며 마음을 다잡기 위해.
+ 저 8월에 거대한 작가의 벽을 만났었습니다. 여전히 벽은 제 앞에 서 있지만, 지금 조금씩 벽을 물리치고 있어요. 벽을 살살 달래고 있다는 게 맞는 말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