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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가 떠오르는 와인

Villaine Bouzeron Aligote 부즈롱 알리고떼


장례식장에서 처음 접해보았던 새콤한 홍어무침. 그 경험으로 홍어를 먹을 줄 아느냐, 또는 먹어봤느냐 에 대한 답으로 yes를 자신 있게 말하곤 했다. 물론 더 나이가 들어서야 당시 사람들이 물어보았던 홍어는 내가 먹었던 홍어와는 조금 다른 차원의 음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예전 회사에 다닐 때 한 조직장은 그룹원들과 소소하게 술 한잔 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언젠가부터 홍어에 푹 빠지더니 그 맛을 전파하고 다녔다.


<오늘 약속 있습니까?>

<아니요. 없습니다>

<그럼 이따 퇴근 후 한잔?>

<네 좋습니다~>


간단하게 메신저로 긍정적 회신을 보낸 3명과 조직장은 때가 되자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모두 타자 출발하기 전에 우리가 쉽게 대답하지 못할 질문을 던졌다.


"다들 홍어는 먹나?"


그는 밖에서 만나도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퇴근 후 술자리 권유를 마다하는 그룹원들은 특별히 술을 못하는 편이 아니라면 적은 편이었다. 그렇게 4명이 모여 간 곳은 홍어삼합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었다. 이 날 멤버 중에는 홍어의 고향 전라도 광주 출신도 있었는데, 그는 정말 심한 홍어는 주유소의 기름 냄새를 이겨낼 정도로 강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홍어,  김치, 그리고 수육으로 이루어진 삼합.


홍어가 전달하는 새로운 맛과 향의 타격감에 '아, 내가 장례식장에서 먹었던 홍어와는 정말 다른 음식이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평소에 흔히 삼시세끼로 먹는 음식들과는 확실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입안 한가득 반가움과 당혹감이 얽혀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을 그때, 테이블 한가운데로 술잔을 든 손이 스윽 뻗쳐왔다. 나의 상황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듯한 타이밍이다. 그 덕에 술과 음식의 궁합, 즉 마리아주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나 할까.







1. 이 도멘은 로마네 꽁띠의 공동 소유자인 Aubert de Villaine 이 와이프와 함께 따로 부즈롱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2. Aubert de Villaine 은 <1976년 파리의 심판>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다.

3. 샤도네이가 아닌 알리고떼 100%의 독특한 맛은 샤도네이 러버들에게는 가히 도전적이라고 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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