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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고 생각할 때 마시는 와인

J Charpentier Reserve Brut, 제이샤펑티에


사람은 경험과 망각이 반복되며 끊임없이 빚어지는 살아있는 진행형 작품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을 곱씹고, 이해하고, 나누며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부는 잊고, 오해하고, 다르게 기억한다. 그렇게 불완전한 상태를 유지하며 하루하루 색다르게 나 자신을 빚어낸다. 


불완전함은 완전함을 갈망하는 존재다. 그 완전해지고 싶은 욕망이 같은 질문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들이댄다. 길을 걷다가도,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앉아 있다가도, 밤에 자기 전 천장을 보고 있을 때에도 무례하기 짝이 없게 물어본다. 


"이대로 괜찮은가?"


순간 모든 동작을 멈춰 서게 만드는 마법 같은 질문. 명상할 땐 그렇게도 되지 않던 "비움"이 이 질문 하나면 가뿐하게 된다. 왜냐하면 일시적인 뇌 정지가 오기 때문이다. (비슷한 효과를 내는 질문으로는 "우리 이야기 좀 해" 가 있을 수 있다)


재밌는 것은 불완전한 우리는 이 질문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답을 내릴 때도, 그러지 못한 채 머뭇거릴 때도, 그냥 괴로워하며 애써 외면하기도 하며 이 질문 자체가 다시 떠오르지 않게 언젠가 망각해버리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럴 일은 없다. 


우리는 그 덕분에 매일같이 달라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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