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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키서와의 키스같은 와인

그로 프레레 에 세르, 부르고뉴 오 꼬뜨 드 뉘 블랑

‘K랑 P가 키스했대’


키스 맞아? 그냥 뽀뽀?’


‘헐 언제 했대? 어제 거기서? 대박사건’


이성에 눈뜰 때 쯤이든 혹은 그로부터 한참의 세월이 흘러 다소 심드렁해질 나이가 될 때 쯤이든 아무튼 우리 모두에게는 첫키스인지 첫뽀뽀인지 모를 입맞춤의 첫 순간이 있다. 해봤냐 못해봤냐를 가지고 왁자지껄 떠들만한 사건은 나이가 좀 더 들면서 어떻게 했느냐로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다.  


‘혀 넣었어? 누가? 니가 먼저? 걔가?’


‘다른 곳에는 안했어? 손은?’


‘아오 적당히 좀 물어봐라’


그렇게 조금씩 자신만의 키스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며 동시에 상대방과의 교감을 쌓는 법을 배워간다. 하지만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경험에 따른 지식과 자신감도 늘면서 따라오는 걱정과 아쉬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필연적인 그늘인 것 같다.


‘입냄새 안나나?’


‘너무 침바른다’


‘왜이렇게 정신없게 하지’


그렇게 우리는 했냐 안했냐의 경험유무로 대단함을 과시하던 시절로부터 굿 키서와 배드 키서를 구분하는 경지까지 다다르게 된다. 와인도 굿 키서와의 키스처럼 착 감겨오는 때가 있다. 과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너무 소극적이지도 않는, 그러면서도 딱 나의 기대치보다는 아주 살짝은 높아야하는 딱 그 절묘한 수준의 키스. 가끔 그런 와인을 만나는 날엔 함께하는 음식도, 사람도 모두가 예뻐보인다. 지금 이렇게 지나가는 순간의 처음이자 마지막을 함께해주고 있으니까.



Bourgogne hautes cotes de nuit blanc, Domain gros frère & soeur 2018

부르고뉴 오 꼬뜨 드 뉘 블랑, 도멘 그로 프레레 에 세르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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