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아무것도 할 수 가 없다.
출근에만 두시간을 쓸 자신이 없어서 일자리를 못구했고 이렇게 자유로운 나날들이 사라진다는 두려움에 아무것도 못하고있다. 돈은 떨어져가지만 굶지는 않겠지 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아마 세상에서 제일 게으른 베짱이가 있다면 나에게 그 순위를 양보해야 될것이다.
분명, 몇 달 전의 나는 아무일이 없어도 8시정도엔 꼭 일어났는데 도대체 어디가 고장났는지 이제는 10시에만 일어나도 오늘하루는 부지런히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엉망이 되어버린 수면습관 탓에 하루 왠종일 몽롱하다 심지어 샤워를 해도 맑은 정신이 돌아오질 않는다.
뭔가를 하고싶다가도 급격하게 하기 싫어지는데, 문제는 하기싫은 마음이 하고싶은 마음보다 크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강하게 하기싫다. 만사 귀찮고 이 도시가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아무래도 삶이 귀찮은 병에 걸린듯 하다. 무기력증.
18년도에 한번 이런 시기가 찾아왔었다. 하지만 꿈이라는것이 날 지탱해줬고 잘 이겨냈던 것 같다. 비슷했던 상황이라고 기억했는데 구체적으로 돌이켜보니 지금과는 확연히 다르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단 한가지는 글을 쓰는 것이다. 이런걸 보고 천직이라고 하는것인가. 안타깝게도 나의 천직은 돈을 벌어다주지는 않는다. 언젠가는 돈벌이가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그게 언젠데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또 관자놀이가 아프다. 연고가 없는 도시에서 지내겠다며 당차게 이사왔다. 기운이 불끈거리던 그때는 9시에 출근하고싶었는데 지금은 그 1호선에 몸을 실을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출근도 못하고 주변에는 아는 사람도 없고,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들이 많다. 아무것도 안하고있지만 정말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않고싶다. 나도 이런 내 모습이 좋은건 아니다. 목표점을 세워서 살고싶고 하고싶은 것도 많지만 며칠 후면 스르르 무너져 버린다. 억지로 끌어 올려도 무너져버린다. 예전처럼 뭔가가 저 마음속 깊은 곳 부터 좋아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다그쳤다. 이럴 시간이 없다고, 이렇게 살면 안된다고. 시간은 아깝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나는 아무것도 하질 않으니 모순적이다. 그러니 더 아무것도 못하게됐다.
사실 이렇게 말을 하면 누군가는 손가락질 할 수 있다. 저렇게 사지 멀쩡해서 저러고 있다고 말이다. 그럼 난 나에대해 변호한다. '3년을 준비하던 꿈이 타의에 의해 물거품이 되어버린 기분을 아느냐, 좋아하는 일을 하고싶지만 돈에 가로막히는 기분을 아느냐, 열심히 해도 나를 짓밟으려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나는 힘들다' 라고 말이다. 그래서 요즘엔 다독거리고 있다. 100살까지 살텐데 더 잘하고싶어서 방황하는 나를 몰아세우지 말라고, 숨도 쉬고 글도쓰고 너를 더 잘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말이다.
에너자이저도 결국 수명이 끝나는 날이 온다. 충전을 하거나 새로 갈아야 하는 날 말이다. 난 그런 날들에 놓여있다. 오늘의 내가 미래의 내게 위로가 될 수 있는 하루를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