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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Feb 20. 2024

로코 추천 <크리스마스에 날아갑니다>

더운 크리스마스가 보여주는 진짜 크리스마스 정신

크리스마스에 날아갑니다 - 실화 기반 영화입니다! 어떤 실화인지 끝까지 읽어주세요 :)

보통 크리스마스 영화들은 북반구의 추운 크리스마스를 기준으로 보여주지만 <크리스마스에 날아갑니다>라는 이번 작품은 열대지방의 크리스마스를 보여줘서 매우 독특하고 참신하다. 특히 공군과 의원 보좌관이라는 독특한 직업의 인물이 주인공이라서 다른 크리스마스 로맨틱코미디들과 확실하게 차별화된다.


남자 주인공인 앤드류는 남태평양에 있는 미국 공군기지의 대위이다. 여자 주인공인 에리카는 Washington DC 에서 일하고 있는 안젤라 의원의 보좌관이다. 스토리는 안젤라가 앤드류가 일하는 공군 기지를 생산성 문제로 폐지하려고 하면서 시작된다. 안젤라는 보좌관 에리카를 남태평양 섬에 관찰감으로 보내고, 거기서 에리카가 앤드류를 만나면서 둘의 첫만남이 시작된다. 영화의 컨셉도 독특하고 처음에 앤드류와 에리카는 기지 존폐를 두고 경쟁하는 톰과 제리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이 둘의 로맨스가 어떻게 진행될지 더 궁금하다.


영화에서는 로맨스뿐 아니라 앤드류가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서 남태평양의 수많은 섬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을 도우려고 애쓰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남태평양 군도에는 사람들이 꽤 많이 살고 있지만 지리적 위치 때문에 필요한 자원이 전달되기 어렵다. 그래서 앤드류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미국 해군, 공군 등 동료들에게서 필요한 자원을 전달받고, 남태평양 군도에 살고 있는 지역 상인들로부터 1년 내내 기부를 받아서 연말에 군도 주민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전달한다. 그의 투철한 봉사 정신도 인상적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앤드류가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처럼 앤드류는 신병을 태우러 가거나 화물 수송, 훈련 등의 목적으로 원래 운행되는 수송기들을 활용해서 연료나 기체를 낭비하는 일 없이 자원을 알뜰살뜰하게 수송한다. 또한 북반구의 소나무 트리를 운반하기 위해 무려 세 곳의 해군, 공군기지와 협업해서 세 단계 수송을 거치는데, 이때 앤드류는 세금 한 푼 들이지 않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남태평양의 섬에 들여 오기도 한다.


이렇게 어렵게 얻은 크리스마스트리는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호텔에 기부되고, 대신 앤드류는 호텔에서 남는 식량, 침구 등 군 기지에서 필요한 자원을 전달받으면서 물물교환도 톡톡하게 해낸다. 국민의 세금과 군대 자원을 낭비하는 일 없이 효과적인 물물교환과 기부 등을 통해 자원을 충당해 오는 앤드류의 모습은 배울 점이 많은 부분이다.


앤드류 외에도 '브라더 브루스 베스트'라고 하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40년간 기지와 함께하면서 과학 지식을 기부한다. 가령 태양열 전지를 만들어 군대에 모자란 발전기와 전력을 보충하는 식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자원봉사에 대해 앤드류는 대령 숙소도 반납해 가면서 편한 숙소가 필요한 군인 가족들에게 살 곳을 주고, 대신 자기가 머무는 거처에는 1년 내내 기부 물품을 받아서 연말 크리스마스 행사를 준비한다.


더불어 크리스마스 연말 파티는 그냥 파티가 아니라 기부금을 모아서 다음 해 기지가 1년 동안 사용할 식량, 생필품과 자원 등을 충당하는 데 쓰인다. 눈이 없으면 코코넛을 갈아서 눈을 만들고, 크리스마스 리스가 없으면 야자수 잎을 엮어서 화환을 만드는 것처럼 이들은 물질이 부족할 때에도 지혜가 있으면 그런 물질적 부족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앤드류를 만나면서 에리카도 변한다. 그녀는 굉장히 딱딱한 인물인데 수석 보좌관이 되기 위해서 기지의 단점을 최대한 많이 찾아서 의원에게 보고서를 전달하는 것이 원래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섬에서 적은 자원으로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지역 주민들, 그리고 절약하는 삶을 이끄는 앤드류의 모습을 보면서 기지의 존재 이유, 기지의 크리스마스 행사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특히 처음에 에리카가 정장을 입고 앤드류에게 모든 기지의 문제점을 보고하라고 명령했는데, 나중에는 그녀가 처음 보는 어린 아이에게 갖고 있던 가방 머리끈 등 모든 소지품을 기부하는 장면이 그녀의 변화를 보여준다.


또 군대에는 발전기가 없는데 부유한 시장이 발전기를 기부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에리카가 워싱턴에서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쌓은 설득 능력과 입법안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살려서 시장으로부터 태양열 발전기를 얻어낸 것도 그녀가 얼마나 많이 변화되었는지를 보여 준다.


애초에 기지 폐지의 근거였던 크리스마스 투하 작전은 앤드류, 지역 주민들과 기지의 정체성이다. 그들은 심지어 종이 상자까지 포함한 모든 물품들을 세금이나 군인들의 돈을 한푼도 낭비하지 않으면서 순수 기부 만으로 1년 동안 착실하게 모았다. 이러한 물품은 생필품과 식량이 가장 필요한 남태평양 곳곳의 군도의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된다.


국회에서는 이러한 앤드류 기지의 크리스마스 투하 작전이 낭비라고 생각했지만 군인들은 근무 외 시간까지여가 시간을 헌납하고 기부물품을 전달하기 때문에 이 작전에는 돈이나 시간 등 어떤 것도 낭비되지 않는다. 특히 이 크리스마스 투하 작전은 군인들에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열대 지방에서 일하는 군인들은 집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가 그리울텐데 , 크리스마스 투하 작전을 준비하면서 연말 분위기를 내고 사람들까지 돕는 것이기 때문에 군인들의 향수병을 치료하고 사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진짜 변화를 만든다는 것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핵심은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크리스마스 투하 작전이다. 이번에는 에리카, 그리고 Washington DC에서 온 안젤라 의원까지 크리스마스 투하 작전 비행기에 탑승했다.


크리스마스 투하 작전은 진짜로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준다. Washington DC 에서 법안을 만드는 것도 유의미한 방법 중에 하나겠지만 진짜 사람들을 돕는 정치는 직접 손발 벗고 나서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에리카와 안젤라 의원이 크리스마스 투하 작전 비행기에 탑승해서 직접 물품을 주민들에게 내려 주고 그것을 기뻐하는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나눔, 사람들에게 변화를 만들어 내는 정치가 아닐까.



영화는 여기서 마무리 되지 않고 2가지 기쁜 반전을 관객들에게 선물한다. 먼저 타향살이를 하느라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앤드류를 위해서 에리카가 직접 앤드류 가족을 남태평양 괌으로 데려온다. 그녀에게 신세진 TV 취재기자의 비행기를 활용해서 앤드류 가족들을 데려온 것이다. 영화 앞부분에서는 계속 앤드류가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는 법을 보여주다가 이제 가르쳐주지 않아도 에리카가 그를 위해 선물을 주는 모습은 진짜 크리스마스 기적과도 같다.


또 한 가지 반전은 이 글의 첫머리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번 영화가 실화 바탕 영화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군은 1950년대부터 미크로네시아 섬 주민들에게 크리스마스 투하 작전을 통해 필요한 물품들을 전달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극중에서 태양열 발전기를 만들면 서 봉사했던 할아버지, 즉 브라더 브루스 베스트는 실존인물로서 40년 넘게 섬의 소통망이 되어온 사람이다. 이런 미국의 인도주의적 작전은 현재 미국, 일본, 호주 등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필자도 이 작품이 단순히 크리스마스 로맨틱코미디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신뢰를 기반으로 휴머니즘적인 내용을 더욱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일반적인 크리스마스 로코와 차별화되고 배경도 열대지방의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에 새로운 연말 영화를 찾고 있는 관객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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