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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Feb 20. 2024

상친자 모여라! <너의 시간 속으로>

넷플릭스 전 세계 누적 10억 뷰 조회수를 기록하며 세상을 ‘상친자‘ 신드롬에 몰아넣은 대만 드라마 <상견니>가 한국판 리메이크 버전 <너의 시간 속으로>로 돌아왔다.


리메이크 소개 


        
            
                
                
            
        
    


원작 주인공은 리쯔웨이/왕취안성, 황위쉬안/천윈루, 그리고 모쥔제였다. 각각 허광한, 가가연, 시백우 배우가 맡았다. 이중 허광한과 가가연 배우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 1인 2역을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안효섭, 전여빈, 그리고 강훈 배우가 주연을 맡아 각각 구연준/남시헌, 한준희/권민주, 정인규로 분했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상견니>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시간대의 도플갱어 타임슬립을 메인 컨셉으로 한다. 원작에서 2019년의 황위쉬안이 1998년 천윈루의 몸으로 타임슬립했듯이 <너의 시간 속으로> 또한 현재를 살고 있는 한준희 팀장이 1998년 권민주의 몸으로 시공간을 초월해서 들어간다.


원작과 공통점과 차이점

한편 작품의 시작 부분은 원작과 비슷한 듯 다소 다르다. 원작에서는 2019년의 황위쉬안이 먼저 나왔다면,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1998년에 레코드점을 지키는 권민주가 먼저 나온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천윈루와 권민주는 레코드점에서 일하는데, 원작에서는 32 레코드점이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27 레코드점으로 바뀌었다. 원작에서 숫자 32가 중요한 의미였듯이 리메이크 버전에서도 27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특히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 레코드점 씬으로 작품의 문을 여는 것은 원작 팬들에게 반가운 설정이다. <상견니>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장면 중 하나가 바로 리쯔웨이, 모쥔제, 그리고 천윈루가 98년 푸릇푸릇한 대만을 배경으로 레코드점에서 첫 인사를 나누는 씬이기 때문이다. 이때 원작에서 천윈루를 짝사랑하는 모쥔제는 수줍어서 윈루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모쥔제의 베프 리쯔웨이가 특유의 사교성을 앞세워 윈루에게 말을 걸며 셋은 친구가 된다. 리메이크 버전에서도 마찬가지로 정인규는 권민주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남시헌이 대신 민주에게 말을 걸고, 시헌은 민주에게 원하는 앨범이 나오면 연락하라면서 그의 이름과 연락처를 남긴다.


이때 원작에서는 우바이의 <라스트 댄스>가 레코드점에서부터 세 주인공을 한데 모으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매개체였다면,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 시헌이 사고자 하는 앨범이자 타임슬립의 도구는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라는 노래이다.


원작을 떠올리게 하는 ‘구연준’의 캐릭터 설정

원작에서 2년 전 사고로 남자친구 왕취안성을 잃은 황위쉬안처럼 리메이크 버전에서 2023년의 한준희는 1년 전 비행기 사고로 연인 구연준을 잃었다. 둘이 이별하기 전 구연준은 한준희에게 진심이었다. 연준은 원작에서 디자이너였던 왕취안성과 비슷하게 가구 디자이너로 나오고, 황위쉬안이 상하이로 발령받자 청혼을 준비했던 왕취안성처럼 연준도 마찬가지로 준희가 서울에서 뉴욕으로 발령받자 직접 만든 액세서리함에 청혼 반지를 숨겨넣었다. 그러나 준희는 사고 후 1년이 지나서야 연준의 반지를 발견한다.


준희가 연준을 잊기 힘들어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연준이 원작의 왕취안성 못지않은 다정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원작에서 황위쉬안과 왕취안성이 나누던 ‘고기만두와 찐빵’ 농담은 리메이크 버전에서 연준이 준희의 칫솔을 나눠쓰는 이야기로 바뀐다. 또한 원작에서 왕취안성이 생일 요정이라 불릴 정도로 황위쉬안의 생일을 꾸준히 챙겨준 것처럼, 연준 또한 준희의 생일을 꼬박꼬박 챙겨주며 감동을 더한다. 특히 원작에서 왕취안성이 당시 과거로 타임슬립했던 황위쉬안의 그림을 갖고 있는 것은 시간여행을 보여주는 <상견니>의 핵심 오브제였다. 이 소녀의 그림은 리메이크 버전에서도 연준이 갖고 있는 과거 준희의 그림으로 등장한다. (이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원작을 참고해 주세요) 이처럼 원작을 계속 떠올리게 하는 설정은 원작에서 왕취안성과 황위쉬안의 달달한 로맨스를 그리워했던 팬들에게 선물 같은 장면들이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혹시 원작을 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상견니>의 핵심 반전인 리쯔웨이/왕취안성의 이야기는 쓰지 않았으니 원작을 참고해 주세요*


원작과 비슷한 설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너의 시간 속으로>는 원작의 설정을 충실히 따라갔는데, 바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계기이다. 원작에서 리쯔웨이/왕취안성은 복잡한 타임슬립 때문에 가장 큰 반전을 보여준 캐릭터였다. 특히 현재 황위쉬안이 살고 있는 2019년에 왕취안성과 비슷한 중년의 남자가 황위쉬안의 생일을 챙겨주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계속 궁금증을 유발했다. 이는 리메이크 버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연준을 잊지 못해 힘들어하는 준희 앞에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이름 모를 중년 남성이 등장하고, 그의 옆모습은 구연준과 비슷한 모습임이 보여진다.


또한 원작에서 황위쉬안이 아무도 답하지 않는 왕취안성의 메신저로 계속 디엠을 보냈듯이, 준희는 연준이 떠난 후에도 메시지를 계속 보내다가 어느 순간 누군가 그의 메시지를 읽은 것을 확인한다. 그 메시지를 읽은 사람도 역시 준희의 생일을 축하한 중년의 남성이고 이러한 설정 또한 원작과 동일하다. 무엇보다 준희에게 가장 큰 미스테리를 남긴 것은 바로 의문의 사진이다. 분명 그녀와 연준처럼 보이는 사람, 그리고 이름 모를 동갑내기 남학생 세 명이서 같이 찍은 사진을 보게 된 것이다. 원작에서 황위쉬안도 그녀가 타임슬립했을 때 리쯔웨이, 모쥔제와 같이 레코드점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아직 타임슬립을 하지 않은 2019년의 황위쉬안은 이 사진을 보고 큰 궁금증을 품었다. 이 설정과 마찬가지로 아직 시간여행을 하지 않은 준희는 해당 사진을 보고 도대체 누가 이런 사진을 찍은 것인지 매우 궁금해한다. 이러한 설정들을 통해 시청자들은 리메이크 버전도 원작의 리쯔웨이/왕취안성의 반전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예상할 수 있다.


타임슬립의 계기

한편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준희는 연준을 더욱 떠올리게 되고, 시간여행의 핵심 소재인 카세트테이프가 등장한다. 원작에서 황위쉬안이 타이베이로 가는 길에 카세트 테이프를 듣다가 98년 천윈루의 몸으로 타임 슬립했듯이 준희 또한 버스에서 <내 눈물 모아>를 듣다가 과거의 민주 몸으로 들어가게 된다.


원작에서 타임슬립은 사고를 당하는 등 등장인물들이 큰 충격을 당했을 때 벌어진다. 98년도에 천윈루 부모님이 윈루만 남겨놓고 떠났을 때 윈루가 의문의 남자에게 둔기로 머리를 맞은 사고를 당했고, 이때 황위쉬안이 윈루의 몸으로 깨어나 의식을 회복했다. 마찬가지로 리메이크 버전에서도 과거의 민주가 머리를 맞아 혼수상태에 빠지고, 이후 현재의 준희가 버스를 타며 <내 눈물 모아>를 듣던 중 98년도 민주의 몸에 들어가 의식을 회복한다. 이때부터 민주에게 관심이 없던 시헌도 달라진 민주의 모습에 점차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98년도에 준희와 시헌이 나눈 사랑이 드라마의 핵심 소재가 된다.


98년도 삼인방의 이야기

출처: 서울경제

이처럼 <너의 시간 속으로>는 <상견니>의 핵심 설정뿐 아니라 인물들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디테일한 장면도 오마주하면서 한국 느낌을 살려 리메이크하였다. 하지만 약간의 차이도 존재한다. 가령 원작에서는 천윈루의 98년도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1~2회 정도의 분량이 소요되었다면,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권민주의 이야기가 먼저 작품의 막을 열며 98년도 이야기가 빠르게 등장한다. 더불어 권민주와 남시헌, 정인규의 이야기 등 98년도 이야기는 원작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원작과 달리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가 비슷한 분량으로 섞이면서 교차 편집된다.


그리고 <상견니>처럼 98년도 세 인물의 풋풋함은 여러 장면을 통해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천윈루가 지각하자 스쿠터를 탄 리쯔웨이와 모쥔제가 그녀를 데리고 등교한 것처럼, 버스를 놓친 권민주 앞에 남시헌과 정인규가 스쿠터를 타고 등장하는 것은 원작을 더욱 떠올리게 한다. 또한 <상견니>에서 모쥔제, 리쯔웨이가 천윈루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은 허광한 배우의 능청스러운 명연기 덕분에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도 시헌과 인규가 민주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것은 세 명의 우정을 더욱 잘 보여주어서 감명 깊다.


특히 준희가 민주의 몸으로 들어간 후 바뀐 민주의 모습에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시헌의 모습은 <상견니>의 핵심 메시지와 연결된다. <상견니>의 캐치프레이즈는 “사랑하고 헤어져도 만남이 헛되지 않게”였다. 이 문구는 엇갈리는 타임슬립으로 인해 서로 사랑하지만 동시간대에 만나기 힘든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상징하는 내용이었다. <너의 시간 속으로> 또한 마찬가지이다. 원작에서 리쯔웨이와 천윈루(실제로는 황위쉬안)가 나무 아래 누워서 서로를 바라본 장면은 리메이크 버전에서 시헌과 민주(실제로는 준희)가 나무 그늘 아래 누운 장면으로 연결된다. 비록 연준과 준희는 같은 시간대에 있지 않지만, 98년도에 시헌과 준희로 함께하며 서로를 아끼는 장면은 ‘비록 사랑하고 헤어질지라도 그 만남 자체가 의미있다’는 원작의 핵심 메시지를 나타낸다.


돌고 도는 시간 속 너를 찾아서

*원작 <상견니>의 리쯔웨이/왕취안성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작을 보신 분은 아래 글을 읽어주세요*

원작에서 리쯔웨이는 오랜 시간을 건너 미래로 가 왕취안성으로 분했다. 그리고 자신을 모르는 황위쉬안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너의 시간 속으로> 또한 마찬가지이다. 남시헌은 미래로 가 구연준의 몸으로 들어가고 대학생 시절의 한준희를 만난다. 그리고 시헌은 자신을 모르는 한준희의 남자친구 ‘구연준’으로서 준희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시헌의 시간여행까지 보고 나면 시헌이 “아직 마치 오래전부터 준희를 알고 있던 것처럼” 준희를 대한 것이 이해된다.


<상견니>에서 리쯔웨이의 시간여행까지 보고 나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바로 왕취안성(실제로는 리쯔웨이)가 황위쉬안과 함께 시간여행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이다. 이때 두 사람이 하는 말은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 동일한 대사로 리메이크되었다. 준희는 연준에게 ‘과거나 미래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과거의 너(연준)를 만나 자신이 바로 너의 미래 여자친구라고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때 연준은 ‘너(준희)를 만나면 바로 너가 나의 유일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테니 굳이 나에게 말할 필요 없다‘고 대답한다. 여기서 ’남자주인공이 사랑할 유일한 여자‘라는 표현은 의미가 있다. 결국 시헌은 남시헌/구연준이라는 두 명의 사람으로서 다른 시간대를 살았지만, 그 모든 타임라인 속에서도 한준희라는 한 명의 사람만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원작 <상견니>의 핵심 메시지이자 “상견니 상견니 상견니”라는 메인 OST의 가사 중 일부, “수만 개의 타임라인을 건너”라는 부분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너의 시간 속으로>는 <상견니> 시리즈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 개성은 낮은 편이지만, 원래 시리즈를 좋아했던 팬들에게 한국판 리메이크라는 것 자체만으로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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